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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4-30 19:57:05 / Hit:1190  

아동혐오-어린이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

어린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 Pedophobia
조약골 zo@dopehead.net

영화 '네프 므와(나인 먼스)'에서는, 아이가 생기면 여성은 남성을 더 이상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되고, 남성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부부들 이야기가 나온다.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리는 몇 가기 이유를 들이밀면서 남성은 남성 나름대로, 그리고 여성은 여성 나름대로 아이를 갖는 것 또는 임신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키워간다.

보통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은 대개 귀엽고 천진난만하며, 모험을 즐기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정신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아버지를 처절하게 욕하는 아이가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그 아이를 상담하는 정신분석가는 자신의 아이에게도 이런 욕을 듣게 될 것이 두려워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을 싫어하는 것은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귀엽고, 누구나 아이들을 귀여워하기 마련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마치 누구나 강아지를 귀여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옳지 않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아이들을 싫어한다. 누구나 싫어한다는 5-7살의 개구쟁이들뿐만 아니라 0-4살의 그야말로 어린 아이들도 혐오의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그 어린 아이들이 무슨 나쁜 일을 저질러서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라는 존재가 도무지 싫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아이들이 귀엽다며 끌어안고 볼을 부비는 행위다. 사람들은 아마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한 때는 어린 애기였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더니 자기가 어렸을 때에는 사랑받기를 원하다가 이제는 아이가 싫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모순 아닌가?' 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난 올챙이 적 생각도 하기 싫다. 이미 개구리가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라는 대답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아이들을 싫어하는가?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문제점을 그대로 물려주기 싫어서 아이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이 가진 질환이 유전을 통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끔찍하기 때문일 것이다. 에이즈 같은 심각한 질병이 아니어도 비슷한 생활습관 등의 이유로 실제로 치질이나 무좀과 같은 가벼운 병들 역시 자식에게 그대로 물려주게 될 확률이 높은데, 이것은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일종의 형벌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이미 이 지구상에는 너무 많은 인구가 있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 단지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차원을 넘어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60억을 넘어선 인류의 포화상태가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암담한 느낌을 받게 된다면 유아혐오증 초기 단계를 의심해볼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사랑의 종착역은 결혼이며, 사랑의 결실은 아이라는 생각을 한다. 방송을 통해서도 이런 언급은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데, 사랑은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하지 어떤 결말이나 결실이 있을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결실을 맺는다' 개념 자체는 매우 낡은 것일 수 있다.

아이와 관련돼 '자식 가진 죄'라는 흥미로운 말도 있다. 자식이 잘못된 일을 저질렀을 때 '자식을 책망하지 말고 대신 부모인 나에게 책임을 돌리라'는 희생정신의 발로로 생겨난 말일텐데, 역시 아이를 혐오하는 사람 혹은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왜 그렇다면 모두들 죄인이 되려는가?'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말이다.

아이를 낳는 것은 높은 책임감이 요구되는 행위다. 또한 이는 뒤따를 엄청난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도덕률을 짊어지는 행동이기도 하다. 이런 결정 앞에서 과연 내가 그만큼의 책임감이 있는가 자문을 해보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이 질문에 대해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자연히 아이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것이다.

여전히 복지보다는 경쟁(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경쟁은 곧 도태를 의미한다)이 우선시되는 자본주의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에는 상당한 경제적 능력이 필요하다. 매달 최소 20만원에서 50만원 정도는 아이를 위해 지출을 해야 하고, 또한 출산과 육아를 위해 최소 3개월 이상은 일을 하지 않고 쉬면서도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비교적 안정된 직장이 없는 사람에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부담감과, 아이가 있을 경우 받게 되는 각종 제약을 통해 결국 어떤 사람들은 '아이는 족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아이(특히 남자아이)를 낳아야 하는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심리적 아동혐오를 발달시키기도 한다.

아동혐오를 갖게 되는 또 다른 경우도 있다. 영계라면 사죽을 못쓰는 아저씨들로 충만한 사회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이 권위적 아저씨들에 대한 분노를 아이들에게로 치환시키면서 아동혐오를 갖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조교제를 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원조교제 자체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나아가 원조교제의 한 쪽 당사자인 어린이에게로 모아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유아성욕자(pedophile)에 대해 강한 분노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유아혐오 혹은 아동혐오(pedophobia)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아이와 관련된 억압이 커지면서 내면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로 아이에 대한 근거없는 공포를 키우게 되고, 이것이 아동혐오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동혐오의 의학적 정의는 '유아 혹은 아동에 대한 비정상적이고 지속적인 두려움'이다. 이들은 아이에 대한 공포가 어떤 합리적인 이유 때문에 발생한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아이를 안는 행위 혹은 활발한 아이들 근처에 가는 행위 등도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유아혐오를 가진 사람들은 보통 아이들과 관련된 직업을 기피하기 마련이다. 특히 유치원/초등학교 교사는 이들에게 기피 대상 1호다. 이런 직업은 아무리 보수가 많아도 거절하며, 가끔씩 사회봉사를 나가도 고아원 같은 곳은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아동혐오자들은, 가볍게 연애를 하다가 관계에 대해 좀더 책임감을 느끼면서 장기적 전망을 바라보며 깊은 연애 관계로 발전하고 나아가 결혼으로 골인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인 양 여겨지는 사회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관계에서 생기는 이득만 차지하려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리기도 한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에서 휴 그랜트가 연기한 '윌' 역시 이와 비슷하다. 연애는 가볍게 하고, 쉬운 섹스와 동시에 자신의 아이는 가질 필요가 없는 관계를 원하는 무책임한 윌에게 미혼모 혹은 아이가 있는 싱글 여성이야말로 이상형인 것이다.

하지만 아동혐오자들은 자신의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무성애자(asexual)에 가깝다. 섹스가 넘쳐나는 사회,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사람구실을 할 수 있는 책임감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이에 대한 '대응'의 한 가지 방향이 무성애자라면, 아동혐오는 그 또 다른 방향일 수 있다. 과연 아동혐오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고아수출국 1위라는 오명이 말해주듯 무책임하게 아이를 버리는 것이 더 문제가 있는 것인지 곰곰 따져볼 일이다.

http://www.cultizen.co.kr 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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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아이들. 혹은 애기들이 귀엽다...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어릴 적에는 꽤나 고민을 했었는데, 이젠 그것도 무감하다. 단, 제일 당혹스러울 때는 자기 아이를 보여주면서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들 앞에서 애써 무감한 감정을 감추려 할 때이다... 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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