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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아는 얘기지만, 소설은 꾸며낸 이야기다. 꾸며낸 이야기란, 사실이 아닌 이야기, 다른 말로는 거짓 이야기,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곧이듣게 하지 못하면 거짓말로서의 효용을 잃는다. 곧이듣게 하려면 어찌 해야 하는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사실처럼 들리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소설에서는 여러가지 꾀를 쓰지만 그 하나에 '1인칭 소설'이 있다... (숨을 돌리며, 학생들을 한 번 둘러보고나서)...이야기하는 사람 스스로가 겪은 이야기, 적어도 직접 목격한 이야기라는, 얼핏 어리숙하면서도 신뢰를 얻기 쉬워뵈는 방법을 빌리는 거지. 거기다 그 이야기하는 사람의 신분이 믿을만하다면 더 바랄 게 없게 되지. 천진한 어린이거나 신부님, 또는 신부님 앞에 선, 고해성사하는 사람 쯤이면 우리는 꽤 믿을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또 별 이해관계없이 사건 현장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던 사람이거나... 단 소설가는 좀 곤란하다. 다소 진지한 면이 있다곤 하지만 역시 소설가란 원래 거짓말을 밥 먹 듯하는 사람, 아니 거짓말로 밥 먹는 사람이니까..."
내가 일하고 있는 대학의 '소설 창작 연습'이란 수업에서 내가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1인칭 소설'이 곧이듣게 하려는 목적 때문에만 선택되는 형식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개인의 내면 세계를 진술하기에 적합한 형식으로써도 선택된다. 그리고 소설이 갖는, 자아에 대한 성찰의 요소, 반성적 기능도 그 형식을 통해 잘 작동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게 떠오른 의문은 보다 근원적인 것이다.
모든 '1인칭 소설'이 반드시 꾸며낸 이야기이기는 할까.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할까. 작가의 직접적 고백의 형식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참회록'이나 '고백록'같은 명망가나 선택함직한 형식에 담기는 왠지 좀 계면쩍고 쑥스런 고백을 담기 위한 작가의 형식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나아가서 모든 소설이 꼭 꾸며낸 이야기일까. 그리고 그래야만 할까. 꾸며낸 이야기를 꾸며내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온갖 꾀를 쓰는 것처럼 거꾸로 제 이야기를 제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소설이란 형식을 선택할 수는 없는 것일까. 게다가 소설이란 형식을 통하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삶의 어떤 진실이 있다는 사정을 인정한다면 작가가 제 이야기를 소설이란 형식으로 되짚어보려는 욕망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하긴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제 이야기'보다 '소설'에 더 비중을 둔다. '제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형식에 담는다기보다 '소설'에 제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그게 그 소리같지만 다르다.
'작가의 고백'으로서의 '1인칭 소설', '고백록'같은 형식엔 담아낼 수 없는 작가의 '고백'을 담은 '1인칭 소설' (이웃 일본에 그 비슷한 형식으로 '사소설(私小說)'이라는 장르가 있다고 들었지만 대체로 그 쪽은 역시 '소설'쪽에 강세가 주어져있는 듯하다), '소설'보다 '고백'에 강세가 두어진 '1인칭 소설', 어쩌면 돌이 날아올지도 모를 '1인칭 소설', 뭐 그런 걸 한 번 써보고 싶다는 갑작스런 욕망이 생기는 건 웬일일까. 내가 늙어서일까. 늙은만큼 뻔뻔해져서일까.
모르겠다. 뭐 한 번 저지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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