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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죽심방에 심각한 글뿐만 아니라, 허접한 글들도 편하게 올리자’고 말했었는데, 아무도 허접한 글을 올리는 사람이 없네요. 제가 운을 떼는 의미에서, 지난 주 술자리에서 언수가 말한 ‘이승엽의 미국진출’에 대해 허접글을 올립니다. 암 얘기나 갠찮으니까 회원가입해놓구 둘러보지만 마시구, 자주 글 좀 올리고 덧달기도 좀 하세욧! +ㅡㅡ 오다가다 아무 거나 하고픈 얘기들을 편하게 올리고, 부담 없이 씹고, 집요하게 덧다는 문화가 하루 빨리 죽심방에 정착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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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라이온스의 ‘국민타자’ 이승엽이 최연소 300홈런 세계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일부에선 홈런 품질의 문제, 단순비교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암튼 이승엽이 ‘난 넘’인 건 확실하다. 작금의 분위기학 상, 이승엽은 내년에 메이저리그로 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 많은 사람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이승엽이 성공할 수 있을까 궁금해 한다. 이 시점에, 근거 없고 황당하기까지 한, 개인적인 예측을 내 놓는 것이, 한때 야구 마니아를 자처하며 수년 동안 메이저리그를 주의 깊게 지켜봐온 폐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괴로워하며 밤잠을 설쳐다, 마침내 나는 분연히 떨쳐 일어서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메이저리그,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야구가 보급된 세계 모든 나라의 난다 긴다 하는 넘들이 모이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하지만, 재능 있는 넘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도 없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메이저리그 첫해 이승엽 예상 성적>
타율 - 2할 2푼~2할 7푼, 3할 넘기는 힘들 거다.
홈런 - 10~15개, 20개 넘기는 힘들 거다.
타점 - 30~65, 70타점 넘기는 힘들 거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국민타잔데 넘 인색한 거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색한 거 아니다. 입단 첫해에 타율 2할 7푼에 홈런 15개 칠 수 있으면 신인으로서 상당히 갠찮은 데뷔다. 물론 2할 2푼, 홈런 10개는 쩜 그렇지만... ㅡㅡ;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순간, 이승엽은 스윙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이승엽의 스윙은 전형적인 홈런타자의 스윙이다. 방망이의 궤적을 크게 해서 공을 멀리 날려 보내는 스윙이라는 말이다. 또, 이승엽은 많은 홈런타자들이 그렇듯이, 다음에 올 공을 예상해서 노려 치는 스타일의 ‘게스 히터(guess hitter)'다. 이런 경우, 예상한 공이 들어오면 좋은 타격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삼진당하기 십상이다.
그럼 모든 이들의 관심사인 ‘메이저리그에서 이승엽이 홈런타자로 성공할 수 있을까?’의 문제를 얘기해보자. 이승엽의 장점은 손목 힘이 좋고, 임팩트(공을 치는 순간에 힘을 집중하는 능력)이 좋다는 것이다. 힘 자체가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괴물 같은 넘들이 득실거리는 메이저리그에서 힘으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홈런 타자들은 어떨까?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홈런타자들은 대부분 힘이 장사라고 보면 된다. 전설적인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도 그렇고, 베리 본즈나 새미 소사, 블라디미르 게레로 같은 넘들이 휘두르면 정말 ‘빗맞아도’ 넘어간다. 간혹 힘이 장사는 아니지만 홈런을 많이 치는 넘들도 있다. 최근에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넘이 알폰소 소리아노다. 힘이 뛰어나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배트 스피드다. 소리아노 같은 넘들의 방망이 휘두르는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럼 이승엽은? 국내에서는 배트스피드가 빠른 편에 속하지만, 소리아노 정도는 아니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결론이 나온다. 메이저리그에서 이승엽이 홈런타자로 성공하긴 아무래도 좀 힘들 것 같다. 일단 힘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한 개라도 홈런을 더 치려면? 배트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변화구와 유인구 대처능력을 키워야 한다. 결론적으로 스윙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서처럼 휘두르면, 시속 160km의 강속구와 각도 큰 변화구를 우습게 던지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판판이 삼진 당한다.
그런데... 홈런타자만 좋은 타자인가? 팀에서, 타율, 출루율이 높은 교타자, 타점을 쓸어 담는 중장거리 타자들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뭐라고 말해도, 이승엽은 난 넘이고 타자로서 탁월한 재능이 있는 넘이다. 내가 보기에, 홈런타자로는 좀 힘들겠지만, 스타일을 조금 바꿔, 중장거리 타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 모범적인 케이스가 버니 윌리엄스나 존 올러루드다. 매년 3할 이상의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 엄청난 타점을 쓸어 담는 게 이넘들이고, 홈런타자들처럼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공헌도로 보자면 팀에서 가장 중요한 넘들이 사실 이런 넘들이다.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할 시절, 이승엽은 사실 홈런타자가 아니었다. 선구안이 좋고, 최대한 몸 가까이까지 올 때까지 공을 정확히 보고 빠른 배트 스피드로 후려치는 교타자였다. 나중에 이승엽은 스윙을 바꾸며 홈런타자로 변신하게 되는데, 나는 원래 이승엽의 재능은 정교하면서도 가끔씩 장타도 터뜨리는, 중장거리 타자 쪽에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홈런이 팬들에게 어필하고, 팀도 홈런타자를 원했기 때문에 이승엽은 홈런타자로의 변신을 시도했고, 좀 ‘던진다’하는 투수넘들이 다 물 건너 가버려서 한국프로야구의 마운드가 허접하고 만만해졌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로 간다면, 다시 자신의 재능을 정확히 돌아보고, 변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우리보다 수준이 한 단계 위인 일본프로야구의 선수들, 이치로나 마쓰이도 메이저리그 진출 후, 살아남기 위해 정확도를 높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홈런을 몇 개 치느냐가 아니라,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 위해서 이승엽은 스윙을 바꿔야 하고, 중장거리 타자로 변신해야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이승엽에게 주는 조언>
1. 중장거리 타자로 변신하라.
1. 홈런을 의식하지 마라. 정확하게 맞으면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정도로 생각하라.
1. 선구안, 변화구와 유인구 대처능력을 길러라.
1. 배트 스피드를 높여라.
1. 테이크백(스윙의 준비동작)을 줄이고 스윙을 간결하게 해라.
1. 버니 윌리엄스, 존 올러루드 등 성공적인 중장거리 타자들을 연구해라.
1. 영어를 배워라.
이렇게 얘기하니까, 내가 모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의 전문가 같넹...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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