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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白
[매매춘과 페미니즘,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 서평
"얼굴에 확 가래침을 뱉어버리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창녀같은 년이라고 말하고, 가버려라고 말 하세요."
이 무지막지한 글은, 제법 유명한 어느 인터넷 싸이트의 고민 상담란에 올라온 답글들 가운데 하나다. 고민의 내용은,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다른 남자를 만나는 여자 친구에 대한 것이다.
이렇듯 '창녀'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가장 모욕적인 낱말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창녀라는 직업'은 여성의 직업들 가운데 가장 천한 직업으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성숙의 [매매춘과 페미니즘,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책세상 문고-우리시대, 061)는,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는, 매우 중요한 전언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왜 "매매춘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생각을 바꾸어"(이하의 인용은 모두 이 책에서)야만 하는 것일까?
그것은, 매매춘이 무수한 직업들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랜 것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 세상에서 매매춘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거의 모든 매매춘 관련 제도나 법, 이론들이 매매춘 그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매춘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인권이 보호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창가에서 불이 나면 갇혀 있던 매춘 여성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자행되는, 매춘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은 헤아린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다. 그들은 "사회로부터 파문당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매춘 여성의 권리 옹호는, 자비가 아니라, 세계가 원하는 정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상 매매춘은 가부장제·일부일처제,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이 끔찍한 사회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혼제도를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산업이다. 본디 사람은 제한된 성관계에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짐승이 아니다. 그러나 수컷의 암컷 지배와 사유재산 제도는 일부일처제라는 해괴한 시스템을 탄생시켰고, 사람의 본성을 짓밟는 끔찍한 결혼제도는 지금까지 무수한 비극을 생산해왔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게다가 결혼이라는 것은 '전속 매춘'으로, "여성의 성적 자율권을 박탈할" 뿐이다. "결혼에 묶인 아내의 성적 복종은 합법적 매춘 행위고, (직업적) 매춘 여성의 성적 행위는 불법"이라는 것은 이중적 도덕률의 극치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다. 하지만 두 '직업'의 근간은 똑같이 섹스다) 이처럼 차별 대우를 받는 경우가 또 있을까?
서구의 사례를 중심으로 매춘의 역사, 매춘을 대하는 여러 태도, 매매춘과 양성 평등, 매춘에 대한 페미니즘 이론의 비판적 소개 등으로 짜인 이 책의 결론은 매춘 여성을, 섹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끌어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이성숙이 공창제에 반대하는 것도, 이중적이고 소극적인 도덕률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효율성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제도이며, 매춘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교화되어야 할 대상은 매춘 여성이 아니라 그녀들을 둘러싼 사회 조건과 타인들의 태도"인 것이다.
사실 이 얄팍한 책 한 권이 너무 두꺼운 떠께가 되어버린 매매춘에 대한 고정 관념과 도덕률의 이중 잣대를 교정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는 이런 작은 목소리들이 많아짐으로써 가능한 법이다. 김미경이 [여성주의적 유토피아, 그 대안적 미래](책세상문고-우리시대, 020)에서 인용한, "유토피아만이 현실적 대안일 수 있"는 이유도, 유토피아를 향한 부단한 몸짓들이 현실과 싸워 나갈 때 비로소 유토피아가 가능해지기 때문인 것이다(가부장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도 바람직한 사회는 모계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완전한 모계 사회가 못되면, 하인라인이 SF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묘사한 다처다부제 사회 정도는 되어야 불필요한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밥의 분배와 성의 분배는 정비례 하는 것이므로, 성 분배의 정의를 통해 밥 분배의 정의를 이룰 수도 있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 같은 부족 사회(개인이 존중되지 않는, 혈연 학연 따위의 집단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시민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에 던진 소중한 목소리인 이 작은 책은, 그러나 커다란 아쉬움을 함께 담고 있다.
문학 작품에서도 오문과 비문을 찾아 보기가 어렵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이 책의 문장은 조악하고 글은 정리 되지 않았다. 잘못 사용된 낱말이나 문장, 정확하지 않은 문장, 되풀이 되는 내용 등은 읽는이를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다. 젊은 학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하노니, 제발 한글 공부 좀 하시오.
그러나 내용 없는 유려한 문장보다는 분명한 주장이 담긴 거친 글이 더 가치 있는 법이다. 글은 고칠 수 있지만, 없는 내용은 채워넣을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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