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권호 시에 대해서들 암 말이 없는 고얌?

권호 시는 언제나 그렇지만 참 좋아요. 다들 좋아서 말을 못하는 게 아닐까요? 아래 '툰드라'보다 전 이게 더 마음에 듭니다. 툰드라는, 뭐랄까, 너무 다듬어 밋밋해져버린 조각을 보는 듯한데 이 시는 동요 같은 게 느껴져서...

임주환

남의 시를 품평할 만한 식견이 없음을 잘 알기에, 한 줄 남기기가 참 조심스럽습니다. 주제넘은 말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툰드라'보다 이 시에 눈길이 가는군요. (아래 시가 잘 다듬어졌다는 데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눈을 뜯어먹고 돋아나는 풀 같은 이미지는 마음에 와 닿지만, 중간 부분에서 호흡이 늘어지고 흐트러진 느낌을 지우기 힘들군요.)
다분히 저널리스틱한 생각이겠지만, 기자의 눈으로 볼 때 좋은 시는 미학적 완결성을 갖춘 시이기보다는, 세계에 대한 시인 자신만의 '입장'을 읽을 수 있는 시입니다. 철학자와 시인은 모두 세계를 해석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다만 전자가 복화술을 취한다면, 후자는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야 한다는 것 정도가 다를 뿐이겠지요. 요즘 같은 불황에도 김선우 같은 시인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물론 완성도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저는 권호가 이 시에 담긴 '피부병을 앓는 나무' 이미지를 더 밀고나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비만인 박모씨를 이야기하는 도준 선배의 시가 좋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까닭이겠지요. 어쨌든 두 사람의 시집을 회사에서 받아보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권호야! 조만간 함 보자. 전화해라!!! (016-75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