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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님, 안녕하신지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저는 유행에 민감한 처자라 그런지 감기에 걸려서 훌쩍꿀쩍거리며 살고 있답니다.
햇살은 쨍쨍한데 바람이 차가운 요즘 같은 날씨엔 괜히 맘이 설레다가도 곧 시큰시큰해지곤 합니다. 이런 날씨를 몸이 기억하고, 다시 몸은 이런 날씨에 느꼈던 감정들을 기억나게 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봄에는,
아.. XX년도에 엠티갔을 때 들이마셨던 강바람이구나,
노천극장에 비둘기마냥 앉아있을 때 느꼈던 햇살이로구나,
데칸고원을 어슬렁거렸던 때의 공기구나,
...식으로 맘이 좋았던 날들이 느껴져서 행복에 젖은 얼굴로 혼자 쿡쿡 웃고 돌아다니는데,
요즘 같은 날에는 제 안에 자꾸만 눈물이 그득그득 차올라서 그것을 삼켜내느라 힘이 듭니다.
이 맘때, 소중한 것들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잃었던 적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그득그득 차오른 눈물이 더 견디지 못하고 넘쳐흘렀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주르륵-흘러나오는 눈물 때문에 소중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문자를 날렸습니다. 와서 좀 안아달라고.
그 사람 품에 안겨서 한바탕 울고 나서 '나도 여전히 너를 사랑하는가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 힘들게 하는 것도 그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땡땡이치고 한걸음에 달려온 그 사람에게 저는 얼음인간처럼 냉정하게 굴었습니다.
제가 잃은 것은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과 제 사이에 있었던 소중한 것들이었는데,
그것들을 잃고나서 엉뚱하게도 그 사람까지 버렸던 것처럼요.
저는 왜 이렇게 문제 투성이인지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자기 자신도 잘 내주고, 마음을 다해서 잘도 사랑하는데
저는 왜 이렇게 맘을 꽁꽁 닫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꾸 밀쳐내며 사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제가 너무나 밉고 꼴보기 싫어 죽을 지경입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맘이 시큰시큰한 요즘, 문득 거사님께 칭얼거리고 싶어져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글 남기면서 사랑 운운하며 징징거리기만 하다 가는 것 같아 죄송스럽네요.
하지만 거사님은 이해해주실거라 믿습니다.
거사님께서 도술을 부려주셔서 수경이도 자기를 내줄줄 아는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너무 어린애 같다고 흉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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