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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난 지 네 달이 지났습니다.
덕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 이름은 <김이봄>이라 지었습니다.
사람들이 제가 지은 것이라 여기는데,
순전히 아내가 지은 이름입니다.
그 동안 죽심방에 자주 들어왔는데,
구경만 하다가 오늘은 글 한편 올립니다.
초등학교 동기들끼리 <죽심방> 같은 아담한 방 하나를 만들어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누고 있는데, 오늘 부고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어느 한의사의 죽음>이란 제목으로 말입니다.
알고본즉슨, 포항에서 초중고를 다니고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해
석사와 박사를 마친 친구더군요.
그런데 이 친구가 지난해 사월 한국국제협력단 소속 한의사로
포연이 자욱한 스리랑카에 의료봉사를 떠났다가
지난 8일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현지에서는 직접적인 사인을 심장마비로 추정한다는데,
지인들은 지나친 과로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루에 3천여 명을 보살폈을 정도니 오죽했겠습니까.
의료시설이나 간단한 장비는 물론, 전력이나 기후 등 제반 여건이
워낙 열악해 영리 목적으로 와 있는 인도 의사 외에는
봉사활동을 위해 정착한 외국인 의사는 아무도 없었다고 하더군요.
"한국이 재미없어서" 낯선 이국에 갔다는 그 친구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내가 선택한 것은 봉사가 아니야. 그냥 삶이야.
나를 낮추기만 하면 정말 행복해 질 수 있어."
친구는 한의과대를 같이 다닌 아내와 두 아이를
이 세상에 동그마니 남겨놓고 먼 길을 떠났습니다.
남긴 재산이라고는 삼사천만원짜리 전셋집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친구가 덧없이 가버렸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벗이 주변에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이 남아 있다는 얘기가 아닐런지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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