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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달래가 피는 무렵이면
산에 불이 났다
제 돈으로 나무를 심지 않으려는 산 주인이
일부러 내는 불이라고 모두들 수군거렸지만 어쨌든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면
불길이 치솟았다
바람과 몸을 섞은 불은
밑동까지 태우지 않았다
가지에서 가지로 옮겨 다녔다
바람이 불어도 새 잎이 돋아도
떨어지지 않던 잎들은
그제야 공중으로 환하게 졌고
트럭들은 재가 날리는 비탈길을 올라와
운동장에 묘목을 내렸다 몇몇
사내아이들은 줄지어 서 있는 묘목을 향해
밀린 오줌을 누기도 했다 그것이
액땜인지 거름인지 아니면 그저 장난인지
알 수는 없었고 이후로도
불이 났다
바람이 불었다 공중으로 공중으로
밑동까지 타버리고 싶은 나무들 위로
불이 불었다 경황을 모르는 새 잎들은 물기를 짜내며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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