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그루 밤나무 서 있는 연못가
가시밭길로 가자고 했다
그러나 누가 벌써 지나간 걸까
가시들은 쓰러져 있고
껍데기만 남은 열매들이 널려 있다
목발로 그녀가 풀숲을 뒤지는 동안
나는 벌레가 파먹은 열매를 찾아내
이가 얼얼하도록 꽉 깨문다
입 안 가득 고이는 진물
검은 구멍 속에 매몰자가 있었나
다들 다른 차원으로 건너간 뒤다
손바닥에 입 속에 있는 잔해들을 내뱉고
한참을 들여다보자 그녀는
목발을 수직으로 세워 낯선 별자리를
가리켰다 밤나무들은
유황불을 지피며 바람이 불 때마다
대기를 날려 버리고 있었다
3행 "떠오르는 건" 은 아무리 봐도 사족이다. "기억 속에 떠오르는 것은"이 정확한 문맥상 의미겠지만, 나는 처음에는 "물 위에 뭔가가 떠오르듯이 서서히 정체가 드러나는" 뭐 이런 의미로 읽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생퉁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는 필요없는 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빼버려도 아무런 상관 없지 않겠니?
글쎄요. 빼버리면 너무 빡빡해지는 느낌이......
빼면 좋다는 데 한표. 나도 호남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음. 빡빡해질 수도 있는데 그 구절이 긴장감을 없애버리는 듯해서 걸림. 나머지는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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