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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잡지<스크린>에 3월호부터 '스크린 에세이'란 이름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밀린 원고료를 아직도 못 받고 있습니다. ㅠㅜ 암튼, 거기에 실었던 원고를 올립니다. '기타방'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올릴까 하다가, 뭐, 이 칼럼이 영화잡지에 실리지만 영화 얘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니고, 여기가 '비평과 칼럼의 공간'이라고 되어있기도 해서, 그냥 여기에 올립니다. 잡지에는 글 맨 뒤의 경배 구호 등이 편집진의 자체검열에 걸려 삭제되는 등, 약간 달라진 부분이 있지만, 그냥 원래 원고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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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방문을 받은 건, 새로 맡게 된 칼럼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던 어느 지성적인 밤이었다. 그들은 다짜고짜 문제의 문건을 건네며 그것을 칼럼 란에 게재해줄 것을 요구했다. 필자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리고 글쓰는 이의 양심이란,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란 어떤 것인지 말해주었다. 그들이 다음으로 꺼내놓은 건 미국산 '왕꿈틀이'였다. 그것은 한국산보다 훨씬 크고 달았다.
부시님께 경배를!
우리는 지금 인류의 역사가 전환하는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라크 사태와 북핵 사태, 콜럼비아호 폭발사고는 인류가 곧 새로운 시대로 이행할 것임을 나타내는 징후들이다. 새로운 시대는 바로 스펙타클한 전쟁의 시대이며, 위대한 부시님의 시대이다.
우리는 부시님을 교주로 하여, 새로운 종교, 모든 종교들을 지배할 절대 종교, ‘부시교’를 창립하고자 한다.
부시교의 창립은 시대의 요구이자 역사적 필연이다.
1. 세계의 인구가 폭발하고 있다. 모 조사기관에 따르면, 2002년 12월 6일 기준으로, 62억 4434만 6,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이 먹여 살릴 수 있는 인구는 한정되어있다. 이 많은 인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 선명한 해답을 제공해준 분이 계셨으니, 바로 부시님이시다. 현재 대이라크 전쟁과 대북한 전쟁을 추진하고 계시는 부시님은, 전쟁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용감하고 과감하게 깨달으신 선각자이시다. 세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3세계 인구를 전쟁으로 쓸어버리고 쾌적한 지구환경을 건설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1. 석유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현재의 매장량은 기껏해야 30년이면 바닥난다고 한다. 이렇듯 부족한 석유자원의 효율적 관리방안을 명쾌하게 제시해준 분이 바로 부시님이시다. 부시님께서는 로또의 본고장 출신답게 빈틈없는 로또정신에 입각하시어, ‘한 놈에게 몰아주기’라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신 것이다. 게다가 회전구에서 공을 뽑는 방식이 아닌, ‘쌈질해서 뺏어오기’라는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하신 것 또한 부시님이 아니면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비난 등,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부시님에 대한 지지와 신심을 잃지 않고 있는 블레어 영국총리의 투쟁에도 경의를 보낸다. 우리는 부시교 창설 이후, 성대한 ‘2등 당첨식’을 통해 그를 ‘떡고물 성인(聖人)’으로 추대할 것이다.
1. 외계인들이 호시탐탐 지구를 노리고 있다. 배후를 밝히는 데 신비한 예지력을 가지신 부시님은, 911테러의 배후에 알 카에다가 있으며, 그 배후에는 다름 아닌 외계인들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계시다. 얼마 전 있었던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 폭발사고도 외계인들의 소행임을 알고 있는가? 호시탐탐 지구를 노리는 그들이 지구의 과학발전을 가로막기 위해 우주로부터 광선을 발사했음은 너무도 자명하다. 우리는 어떻게 외계인들의 침공에 대비할 것인가? 마징가도 태권V도 없는 이 상황에서! 지구의 존망이 걸린 이 절체절명의 시대에 홀로 묵묵히 외계인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계신 분이 있으니 바로 부시님이시다. 부시님이 추진하시는 MD(미사일방어계획)는 바로 외계인들의 공격에 대비한 것이다. 부시님 행동 패턴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치열한 기도 끝에, 우리는 부시님의 다음 계획이 지구방위군 창설과 외계인선제공격임을 알게 되었다.
1. 사이비종교가 난립하고 있다. 시대가 이렇듯 혼미하니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 우리들은 이러한 현상의 극단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경제파탄으로 신음하고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를 신으로 모시는 종교가 생겨났다는 것이었다. 일제히 머리는 숙이며 ‘디에-고’를 합창하는 그들을 TV모니터로 지켜보며, 우리는 한편으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차, 한 발 늦었구나’하는 반성과 각성을 하게 되었고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기존의 종교들은 낡았으며, 온갖 사이비종교가 난립하고 있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사이비일 뿐이다. 믿고 의지할 정신적 안식처를 잃은 현대인들은 방황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부시님을 교주로 옹립하고 부시교를 창립하는 일을 늦출 수 없다. 부시님만이 인류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이며 유일한 신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의 유일신은 부시님이 되어야 하는가? 부시님의 신성(神性)은 부시님의 혈통과 어록에서 찬연하게 드러난다.
첫째, 부시님의 가계(家系)에 전쟁의 신성한 피가 흐르고 있다. 부시님의 아버님이 누구이신가? 바로 1차 이라크전쟁의 영웅, 아빠부시님이 아니시던가? 우리는 아빠부시님이 여성과의 교접 없이 부시님을 ‘총각잉태’하시고, 텍사스의 유전 시추구 옆에서 낳으셨음을 믿는다.
둘째, 부시님은 신의 언어를 사용하신다. 일전에 부시님은 미국의 자원봉사자들 앞에서 연설하시면서 '4천여 시간'의 자원봉사를 '4천여년‘의 봉사로 잘못 말씀하셨다고 화제가 되신 적이 있는데, 그것은 범인(凡人)들의 무지의 소치이다. 감히 깊은 상징으로 이루어진 신의 언어를 인간의 잣대로 평가하려 한단 말인가? 우리는 오히려 ‘4천년’이라고 말씀하신 것에서 신성의 중요한 특징인 영원불멸성을 느낄 수 있다. 다른 한 예로, 우리는 깊은 연구와 기도 끝에서야, PKO(평화유지군)을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로 말씀하셨던 것이 ‘전쟁의 페이스(속도)를 조절하는 사람들’이라는 심오한 상징이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처럼, 부시님이 시도때도 없이 발설하시는 말씀들은 범인들에게 실언과 무식의 소치로 비쳐질 수 있지만, 우리는 그것들이야말로 부시님의 천기누설이며, 부시님의 신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믿는다.
인류의 역사는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없다. 우리는 이제 분초를 다투어 부시님을 교주로 옹립하고 부시교를 창립할 것임을 선포한다. 우리는 그것만이 인류에게 닥쳐온 거대한 재난을 극복하는 길이며, 그것이야말로 인류에게 맡겨진 숙명이라는 것을 믿는다. 우리는 여기서, 앞으로 창립될 부시교의 기본 기도문을 제안한다. A, B조로 나누어 A조가 ‘조오-지이-’를 외치며 경배하면, B조가 ‘꼬올-려어-’를 외치며 경배하는 것이다. 이 기도문으로 식후 30분 이내, 하루 세 번 부시님께 경배하면 소화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으니 다른 시간대를 이용하길 바란다.
뜻을 같이하는 자, 분연히 떨쳐 일어서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함께 하라! 인류여, 부시님께 경배하라!
조오-지이- 꼬올-려어-
부시교 창설을 위한 발기인 공동대표자 일동(이하 명단)
히틀러총통추모사업회, 731부대전우회, KKK, 전사모(전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인걱모(인류의 번영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임), 유니페프(UNIFEF, 세계나체주의자연합 산하 국제 썩을놈들을 위한 긴급기금, United Nudists International Fuckers' Emergency Fund), 지구방위군창설준비위원회, 여러나라당, 조잡일보,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미친 과학자들의 성적 흥분을 위한 시민행동 고문), 한니발 렉터(세계연쇄살인범친목로또동호회 회장)
(* 원문은 석유를 상징하는 검은 도화지에 돈을 상징하는 금색 글씨로 쓰여있었으나, 인쇄비 상승 등의 문제로 위와 같이 옮겼음을 밝힌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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