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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스코어 - 4
필자는 한반도 수도(首都)이전의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은 개성에서 서울로의 천도라고 생각한다. 위화도회군으로 정권을 잡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지금의 개성인 송도에서 지금의 서울인 한양으로 수도를 옮긴 것은 단지 왕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귀족 중심의 국가체제에서 평민들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국가체제로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개성에는 고려시대에 기득권을 가졌고 그래서 조선 건국 이후에도 여전히 고려에 대해 심정적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따라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성계와 새로운 왕조 조선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귀족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태조 이성계는 그런 송도를 벗어남으로써 귀족들의 영향력을 무력화하고 평민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지지계층을 기반으로 새로운 왕조의 기틀을 잡기 위해 서울로 천도한 것이었다. 개성에서 서울로의 천도는 국가의 존립기반, 성격 자체를 변화시켰으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터보’로 전진시킨 일대 사건이었다.
이제 한 문단 썼을 뿐인데 벌써부터 ‘파이널스코어 알아 맞추기 폐인’들이 ‘4’를 외치는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필자, 자존심이 상하려고 하지만 꾹 참는다. 괜히 엉뚱한 객기가 부리고 싶어진다. 그럼, 이쯤에서 이번 주 파이널 스코어에 대한 정보를 드리겠다. 이번 주 파이널 스코어는... 제일 마지막에 발표하겠다.
서울 천도와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무학대사 이야기다. 태조 이성계는 궁궐터를 잡기 위해 민간인참모였던 무학을 데리고 한양을 답사했다. 무학은 지금의 왕십리를 궁궐터로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검은 소를 타고 가던 한 노인이 소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이놈아, 이 무학만치나 미련한 소야." 무학은 그 소리를 듣고 노인을 쫓아가 넙죽 절을 하며 제발 좀 가르쳐달라고 사정했다. 노인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십 리를 더 들어가." 이렇게 해서 십 리를 더 들어간 곳이 지금의 경복궁이다. 그리고 십 리를 더 가라고 했다 하여 갈 왕(往)자 왕십리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서울 탄생의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제는 서울의 일부분으로 편입된 왕십리의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정체불명의 괴노인과 검둥이 소만 아니었어도 왕십리는 궁궐 자리가 되었을 것 아닌가? 산업화시대를 배경으로 이런 왕십리의 뉘앙스가 담긴 조해일 선생의 <왕십리>라는 수작 소설이 있다. 독자 여러분께 일독을 권한다.
괴노인은 다른 이야기 속에도 그 이상야릇한 고무신 발자국을 남긴다. 당시 조선의 내로라하는 건설업체(?)들과 기능올림픽 수상경력의 기술자들이 들러붙어 경북궁을 짓는데 이상하게도 상량이 자꾸만 무너지는 것이었다. 무학이 머리를 싸매고 ‘가우디에게 자문을 구하러 스페인에 특사라도 보내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하루는 밭을 갈던 노인이 한 마디 던졌다. "그 터가 학의 형상이니 날개부터 눌러야 해." 무학은 날개 부분에 사대문을 먼저 지었다. 그러자 궁이 무너지지 않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행이 학잡이골(?)이나 학익압박리(?) 같은 지명은 생기지 않았다.
지난 6월 15일,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신행정수도 후보지 네 곳을 발표했다. 음성진천진구, 천안지구, 연기공주지구, 공주논산지구가 후보지로 선택됐다. 수도이전 문제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다양한 주장과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도이전은 총체적 국익과 관련된 중요한 문다. 무리한 밀어붙이기나 정략적 주장이 있어서는 안 되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분명히 ‘왕십리’처럼 아쉬움을 가지는 지역,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무엇보다도 그 옛날 무학대사가 한갓 시골 노인에게 그랬던 것처럼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긴 안목으로 국민들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선가 수도이전 문제가 생기면 나타나는’ 괴노인이 휘두르는 채찍에 호되게 얻어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참, 이번 주 파이널 스코어는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발표된 지역의 개수, 4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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