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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BC 100분 토론]이 ‘끝장토론’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프로그램 종료시간 없이 진행되죠. 방금 프로그램이 끝났는데 새벽 4시 30분입니다. 11시에 시작했으니까 광고 시간을 빼더라도 5시간 이상 토론이 진행된 거죠. ㅡㅡ; 저는, 토론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래서 잘 보지도 않지만, 이번 주 주제가 NEIS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봤습니다. 요즘 제가 하는 작업과 관련이 있거든요.
교육부, 전교조, 교총, 민주당, 한나라당, 참교육학부모회,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우익 성향의 학부모회에서 각 1명씩 패널로 나왔고, 방청객으로 일선 학교 정보 담당 교사, 학부모, 학생, 정보 전문가 등이 발언했습니다.
보고 난 소감? 절망입니다. 미리 각오를 단단히 했지만, 사람들 하는 얘기를 들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절망적이네요. 사회자 손석희는 물론, 전교조까지도 인권에 대한 확실한 개념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일선학교 선생들, 특히 정보 담당 선생들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편리성, 자신들의 과다한 업무량, 학교 단위 서버의 관리,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대부분 NEIS를 지지하는 것 같더군요. 충격적입니다. 물론,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너무나 큰 출혈을 일으키고 있어서 어떻게든 빨리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권에 관한 문제는 시간의 문제, ‘항목 몇 개를 넣고 빼는’ 절충의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됩니다.
보안의 문제, 사용 목적의 문제를 떠나, ‘다수의 개인 정보를 한 곳에 집적하는 것’ 자체가 인권을 침해하는 겁니다. 헌법에 위배되는 겁니다. NEIS 시스템이 정착되면 그 자료가 80년대까지 소급되어 데이터베이스화된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그렇게 되면 2000만 명 이상이 그 대상이 됩니다. 남한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의 정보가 한 곳에 집적되는 겁니다. 왜? 행정편의 때문이죠. 관리하기 편하니까, 매년 대학입시에서 점수, 내신 등급 따위를 관리하기도 좋고, 나중에 통계를 낸다든지 하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아지니까 그러는 겁니다. 말이 됩니까?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절충할 수 없는 ‘보편적 가치’라는 게 있습니다. 인권이 바로 그 중의 하나입니다. 교무, 학사, 보건 영역을 포함, 조금이라도 인권에 관련된 모든 사항은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들이 몇 달을 밤새서 수기(手記)해야 하는 한이 있어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서버에 모으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교육부가 NEIS 밀어붙이면, 이 문제, 결국 헌법재판소까지 갈 것이고, 헌재 재판관들이 미치지 않은 한, ‘인권침해’ 판정 날 겁니다. 법적으로는, 국가가 2000만 명의 국민들에게 배상해줘야 한다는 얘기죠. 당연히 OECD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밖에 나가면 계속 이 문제 때문에 있는 쪽, 없는 쪽 다 팔고 시달리다, 결국은 전면 수정하거나 폐기할 겁니다.
인권이 문제의 전면에 등장한 차제에,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어영부영 넘어갔던 모든 문제들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 없는 주민등록증, 왜 만듭니까? 치욕적으로 지문날인까지 합니다. 생년월일과 원적지까지 표시되는 주민등록번호는 뭡니까? 인감증명서는 또 뭐구요? 현재까지의 학생 생활기록부엔 왜 그렇게 남의 가족관계와 부모들 직업, 생활형편에 관심이 많습니까? 일개 기업에 불과한 웹사이트들은 가입하는데 왜 또 그렇게 많은 개인정보들을 요구합니까? 입사원서는 어떻구요? 찾아보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어쨌든,,, 토론을 보고 느낀 점 중 가장 큰 건, ‘아, 이게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이구나, 이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권에 대한 의식이구나’였습니다. 절망감이었습니다. 느리게라도, 조금씩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전에, 사람들의 자기 인권에 대한 의식이 느리게라도, 조금씩이라도,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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