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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실컷 참견하고, 이제 그만 나가려다가
한 번 더 힐끔 뒤를 돌아봅니다.
거기 잠깐 서라고 누가 뒷덜미 챈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사실은, 자질구레한 일들로 바쁘고 정신없는데
오랜만에 여기 들어와 반가운 이름들 불러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여기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는 것만 같네요.
(새글이 잘 안 올라와서 그런가? ㅋㅋ)
얼마 전에, 어느 찻집에 갔었어요.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면서 멍청하게 앉아 있는데 남자애랑 여자애가 들어오더군요. 어렸어요. 대학교 1,2학년쯤 되어 보이더군요.
여자애는 그 찻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신기한 눈빛으로 찻집 안을 두리번거리는데 남자애가 여자애 손을 잡아 끌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거예요. 남자애는 그 찻집에 와본 적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래층에 더 좋은 자리가 있는지 어쩐지... 남자애 손에 이끌려 계단을 내려가는 여자애는 기쁨과 설레임으로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더군요.
그리고, 남자애는 마치 용감한 피터팬 같았어요.
'웬디, 나만 따라와. 네게 신나는 세상을 보여 주겠어. 그곳은 환하고 아름다운 곳이야. 나와 함께 가는 거야.'
남자애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나는 듯이 두 사람이 아래 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내가 갑자기 너무 늙어버린 것만 같은 거예요. 그런 생각에 우울해지려고 하는데, 저 안쪽에 앉아 있던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계산을 마치고 출입문 쪽으로 나가고 있었어요.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는 키가 훤칠하게 큰데 앞서서 성큼성큼 걸어 문을 열었어요. 바로 그 뒤를 어깨선이 부드럽고 흰머리가 고운 할머니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소리 없이 따라 나가는 거예요.
할아버지는 평생, 할머니의 손을 잡아 끌어 보지도, 나란히 손을 잡고 서 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대신, 할아버지는 스스로 키를 잡고 선 뱃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험한 바다 그곳에서 배를 지키고 배를 인도하고 끝에는 배와 운명을 같이 하리라고, 평생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을 것입니다.
갑자기, 내 나이가 너무 어중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만 어중간하면 모르는데, 다른 것들도 다.....
정말 우울하지 않습니까? 어중간....
지난 방학 때, '빈집'을 봤는데 한동안 거기 푹 빠져 살았어요.
친구 김여사 말로는 제가 여주인공과 저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직도 그런가봐요, 제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 증상이 더 심해질 터인데, 걱정입니다.
며칠간 바람이 보드랍더니 어제 오늘은 새초롬한 것이
초봄의 참맛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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