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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에 <세븐데이즈>라는 주간 무가지가 창간되어 잡지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뉴욕의 <빌리지 보이스>, 런던의 <타임아웃>, 일본의 <토쿄워커>처럼, 서울, 주로 강남권을 살아가며 필요한 모든 문화, 생활 정보를 모아 150쪽에 이르는 올컬러 지면에 담고 있습니다.
창간호부터 잡지시장, 광고시장을 흔들어놓고 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구매력이 집중된 강남, 서초, 송파 일대에만 배포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강남권 아파트에는 배달까지 해줍니다. 참, 더러워서...) ㅡㅡ;
몇 개의 중점 배포처가 있는데, 커피 체인점 '커피빈(Coffeee Bean)'에서도 집어올 수 있습니다.
<세븐데이즈> 마지막 장에 'Final Score'라는 이름으로 한 페이지짜리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빌리지 보이스>에 같은 이름의 칼럼이 있죠.
운동경기의 최종스코어처럼, 한 주에 벌어진 일 중에서 의미있는 숫자를 뽑아 그걸 화두로 쓰는 칼럼입니다.
지난주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요즘 바빠져서 이제야 올립니다.
칼럼의 소재는 편집장과 제가 상의해서 결정합니다.
강남, 서초를 중심으로 배포되는 잡지라, 아무래도 그곳 독자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제 정서에 맞지 않는 소재를 다루어야 할 일이 자주 생길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 나갈 이 글도 사실 그렇습니다.
골프얘기... 사실 전 별 관심 없지만 그걸로 써 달라니 할 수 없지요.
제게 주어진 자율성 안에서 너무 '아무 생각 없는' 글로 만들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은 했는데... ㅡㅡ;
3월호부터 월간 <스크린>에 최근개봉영화에서 기술적인 것을 설명하는 '테크니컬 시네마'라는 칼럼도 쓰게 되었는데, 그것도 쓰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당분간은 한 달에 5개의 칼럼이 혜광심어에 업데이트 되겠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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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Score - 359
위성미(미셀 위)는 위력적이다. 위성미는 지난 주말에 벌어졌던 하와이 지역대회인 펄오픈에서 2년 연속으로 컷을 통과했다. 파이널 스코어도 작년보다 좋았다. 작년엔 공동 43위였는데 올해는 전체 출전 선수 190명 가운데 공동 35위. 하지만 이번 주 세븐데이즈의 ‘파이널 스코어’는 359다. 마지막 9자는 실수로 들어간 게 아니라, 이번 대회에서 위성미가 날린 최장타, 359야드를 말하는 것이다. 상상해보라. 이제 15살의 소녀가 때린 공이 359야드를 뻗어가는 모습을. 보지 않고는 쉽게 믿어지지도 않는다. 참고로, ‘야드(yard)' 단위는 미터 단위와 별 차이 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1야드는 0.9144미터. 재미삼아 위성미가 날린 359야드를 미터로 환산해보면 328.2696미터다. 정말 장난이 아니다. 도대체 위성미라는 ‘아이’를 천재이라고 불러야 할까, 괴물라고 불러야 할까?
위성미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즐겁다. 플레이 자체도 호쾌하지만, 여러 가지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우선, 그녀는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은 조숙해 보인다. 큰 키 때문일 거다. 183센티미터라는데 그것도 정확하지 않을 거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크니까, 그녀의 키는 이 순간에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 무척 부럽다. 키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방황하던 청소년기의 필자, 키에 있어서는 마음을 다잡았었다. 가문의 한계를 돌파하고 180센티미터를 넘어서기 위해 우유도 벌컥벌컥 마시고, 왕 멸치도 우적우적 씹어 먹었건만 결국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 명절에 오랜만에 식구들이 모두 모였는데 키가 화제에 올랐다. 농담 삼아 내가 크니, 네가 크니, 옥신각신하다 급기야, 알 만한 나이에 철없이 벌떡 일어서 키를 대보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가문 다섯 명 남자들의 키가 거의 같은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피의 저주’를 발견하고 오싹해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피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어떤 종류의 편안함 같은 것이 느껴져, 첨엔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괜히 실실 웃다가 나중엔 방바닥을 구르며 박장대소했다. 아무튼, 위성미에게 묻고 싶다. “넌 뭘 먹고 그렇게 크니?” 하와이 연안에서만 잡히는 ‘수퍼멸치’ 같은 게 있어서 밤마다 이불 속에서 몰래 먹는 지도 몰라. (의심스럽게 째려 봄)
뭐니 뭐니 해도, 위성미의 가장 놀라운 점은 여성으로서 남성들의 대회에 출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성대결’을 펼치는 걸 볼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다. 같이 출전하는 남자선수들이 참 불쌍하다. 나름대로 ‘골프 좀 친다고’ 모인 녀석들이 아직 앳된 미소를 가진 15살짜리 소녀와 라운딩하며 느낄 열패감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키도 훌쩍 큰 데다, 엄청난 장타를 펑펑 쳐대고, 이젠 정확성까지 다듬어지고 있어서 컨디션 좋으면 긴 거리 퍼팅도 쑥쑥 넣는다. 겉으로야 웃으면서 ‘나이스’를 외칠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드라이버로 자신의 머리통이라도 때려주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게다 위성미는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인이다.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공평하게 대접받고 있지 못한 아시아, 그 아시아에서도 특별히 슬픈 역사를 가진 작은 나라 한국의 피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한국의 소녀다. 이 글로벌시대, 개방화시대에 웬 편협한 발상이냐고 나무랄 분들이 계실 지도 모르지만, 소위 ‘글로벌시대’, ‘개방화시대’의 현실을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도 모두 권력놀음이라는 사실을. 우리나라가 미국의 반의 반 정도의 힘이 있었으면 IMF사태 같은 건 나지도 않았다. 남성과 여성이 원래 평등했으면 여성부나 ‘성폭력특별법’같은 게 있을 필요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 위성미는 매우 상징적인 인물이다. 평화롭고 공정한 새로운 시대의 이미지, 아이콘으로 보인다. 기꺼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위성미가 때린 공이 모든 종류의 차별과 불합리의 높고 견고한 담장을 훌쩍 넘어 훨훨 날아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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