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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Score - 596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으로 모이는 할머니들이 있다. 일본 대사관 앞이 특별히 햇볕이 잘 들어서도 아니고, 일본대사관에서 수요일만 비자 인터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대사관에서 수요일에 노인들을 위해 무료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런데도 할머니들은 지금까지 12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 모인다. 지난 수요일(18일)에는 특별히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매주 나타나는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젊은 남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그 양반들 직업이 대부분 ‘기자’란다.
어떤 나라에서는 지난주 내내 한 유명 탤런트의 종군위안부 누드집사건으로 떠들썩했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그 사건이 화제에 올랐고, 저마다의 의견을 얘기하느라 튄 침이 학교, 사무실, 카페, 술집마다 한 바가지 이상씩 되어서, 악취와 하수구 막힘으로 인한 주민불편신고 건수가 폭증했으며, 각 지역 하수처리장을 풀가동했는데도 정화능력의 한계치를 넘어서 상당량이 그대로 방류되는 바람에, 하천과 연해의 부영양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수질이 급격히 떨어져, 정부에서는 ‘타액재활용대책을 위한 긴급국무회의’가 소집되었고,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산적한 현안 때문에 그런 실제적인 문제를 깊이 고민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 자료조사를 위해 세비의 대폭 인상과 실사를 위한 가족동반 아시아투어 특별법을 오랜만에 여야합의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매주 수요일에 일본대사관 앞에 할머니들이 모이는 이유는 ‘데모’를 하기 위해서다. 1992년 미야자와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이전까지 간헐적으로 진행되던 시위가 정기화, 매주 수요일에 시위를 갖게 된 것이 벌써 12년이 되었다. 지난 수요일(18일)에 있었던 시위가 벌써 596회가 되었다. 바로 이번 주 파이널 스코어. 시위라는 것의 일차적인 목적이 자신들의 요구와 그 정당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므로, 그날 기자들이 많이 왔다는 것은 시위하는 할머니들에게는 좋은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자리에 모인 기자들이 기다렸던 사람은 할머니들이 아니라 바로 그 유명 탤런트였고, 취재하려던 것은 할머니들의 주장이 아니라 그 탤런트의 말이었으며, 찍으려던 그림도 지워지지 않는 고통과 슬픔으로 깊게 패인 할머니들의 주름이 아니라 그 탤런트의 ‘눈물연기’였다. 탤런트는 기자들의 정보와는 달리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고, 기자들은 이유야 어쨌든 거의 처음으로 자신들의 관심을 끌 뻔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제 596차 정기수요시위 현장을 총총히 떠나갔다. 그렇게 596차 수요시위도 뉴스거리로, 세인들의 관심사로 떠오르지 못하고 잊혀졌다.
아직 십대의 꽃 같은 처녀들이 외국 군인들에게 전장 한가운데로 끌려 나가 그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었다. 그런 처녀가 되어야 한다고 때로는 학교 선생님이 선동을 하기도 했고, 신문사설에서도 충동질하기도 했고, 면장도 앞장서서 같은 마을 처녀들을 뽑기도 했다. 전쟁이 끝났을 때, 처녀들은 모두 전장에 그대로 방치된 채였다. 그런 악몽을 겪은 여성들이 아시아에 10만-20만이다. 그 외국군인들은 죽어서도 매년 그 나라 수상의 참배를 받고, 그 선생님은 교육이 선각자가 되었고, 그 신문은 언론재벌이 되었으며, 그 면장은 해방이 되고 나서도 승승장구했다. 이게 우리나라의 식민지 역사다.
뭔가 흥밋거리가 생겨야 잠깐 관심을 갖는 저널리즘의 태도도 그렇지만, 그런 일이나 생겨야 침을 튀기며 남의 문제 말하듯 의견을 말하는 ‘나’도 만만찮게 부끄럽다.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에서는 현재 기념관 건립을 위해 모금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냐, 그런 것도 너무 거창하고 그냥 재정후원이 좋겠다. 핸드폰 결제 되면 천 원라도 넣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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