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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Score - 99.6
‘오빠, 나야!’라는 제목의 메일을 열어보면 안 된다. 틀림없이 헐벗은(?) 젊은 여자들이 힘들어하는(?) 화려한(?) 비주얼이 뜨는, 성인사이트 가입을 유혹하는 스팸메일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모 도메인업체가 최근 조사한 결과, 하루에 한 통 이상의 스팸메일을 받는 사람이 99.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티즌 대부분이 뜬금없이 ‘오빠’를 찾는 메일을 받는다는 얘기다. 당첨, 이번 주 파이널 스코어, 99.6! 하루에 10통 이상 받는다는 사람은 74.1%, 30통 이상 받는다는 사람도 25.1%나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필자다. 필자는 사적인 메일과 각각의 업무상 메일을 분리하기 위해 4개의 메일 서버를 쓰고 있다. 여하튼, 이제 대한민국 모든 네티즌들의 첫 번째 일과는 컴퓨터를 켜고 스팸메일을 지우는 것으로 통일되었다.
이번 조사에는 가장 많이 받는 스팸메일의 제목도 조사항목에 있었는데 그것 또한 가관이다. 1위부터 3위까지를 소개하면, 3위, ‘문의하신 내용입니다’(34.4%). 2위, ‘Re : 답변입니다’(36.7%). 당당히 1위에 오른 건... 앞서 말한 ‘오빠, 나야!’(48.4%)다. 스팸메일을 지우다보면 짜증이 나서 가끔 험한 말들로 답장이라도 보내고 싶어진다. ‘문의하신 내용입니다’ - 너 바보지? 내가 뭘 물었다고 그래! ‘Re : 답변입니다’ - 물어본 적 없대도! 도대체 너 누구야! ‘오빠, 나야’ - 니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 할 말 있음 직접 찾아와! 가끔은 기가 막혀서 웃음밖에 안 나오는 제목도 있다. ‘오빠, 내가 보낸 망사스타킹 받았어? 아잉~’ 오늘 필자가 받은 스팸메일 제목이다. 얘야, 여기 세탁소 아니거든?
남자인 나도 짜증이 나는데, 여자들이 민망한 제목의 스팸메일을 받으면 얼마나 불쾌할까? 이건 광고가 아니라 심각한 공해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폭력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스팸메일 때문에 발생하는 시간적, 경제적인 손실도 엄청나다. 모든 사무직 노동자가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지 못하고 스팸메일 지우는 데 버리는 시간이 매일 개인당 몇 분씩은 될 테고, 그 시간을 모두 합하면 실로 엄청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팸메일을 막기 위한 각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시설투자비도 급증하고 있으며, 스팸메일 증가에 따른 국내 인터넷망의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로 백본망 증설에 필요한 추가투자비용도 엄청나다. 이런 비용까지를 모두 계산해 넣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마 전 국회 과기정통위에서 모 국회의원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스팸메일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 1인당 13만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스팸메일을 지우는데 든 사회, 경제적 손실은 연간 2조6천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어이없는 스팸메일 제목에 낄낄댈 때가 아니다.
얼마 전, 빌 게이츠는 현재 획기적인 해결책을 개발 중에 있으며 오는 2006년이면 스팸메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일개 장사꾼의 처분에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한 달 전부터 스팸메일을 규제하기 위한 ‘캔 스팸’법이 시행되고 있고, 중국도 ‘스팸 서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 서버들에서 계속 스팸메일을 보낼 경우 서버 자체를 차단하기로 했다. 물론 우리 정부의 노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번 달부터는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되어 스팸메일 발송자에게 최고 3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가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스팸메일을 보내는 방법들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는 데다, 업자들도 광고효과가 3천만 원이 넘는다면 스팸메일 발송을 그만둘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급히 관련법을 정비하고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통)부 오빠들, 네티즌들의 뜨거운(?) 소망을 받아줘. 아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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