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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라는 말이 있다. 유명인을 쫓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 파는 프리랜서 사진사들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한국에 건너와 수많은 변종 사촌들을 가지게 됐는데, 대표적인 것이 ‘차파라치’다. 도로 위에서 자동차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경찰에 고발, 포상금을 받아먹는 사람들이다.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은 사라졌다. 직업적으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부작용이 너무 심해져 경찰에서 신고 포상금제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쓰파라치’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고발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막내 쯤 되는 애가 ‘컴파라치’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불법복제 소프트웨어가 유통됐다며 사이트 운영자나 업체에 손해배상이나 합의금을 받아내는 사람들이다. 손해액을 정품 소프트웨어 가격에 게시판 조회수를 곱해서 산정하는 등, 막내이면서도 스케일이 큰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죽 나열해놓고 보면 이들을 모두 합쳐 ‘파라치 패밀리’라 부를 만 하다. 파라치 패밀리... 진짜 이태리 마피아의 이름 같지 않은가? 이 패밀리 조직원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곧 파라치 패밀리이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는 조직원이 생겨날 지도 모르겠다.
지난 4일,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입후보예정자의 금품 및 향응제공 사실을 제보한 익명의 제보자에 포상금 1천만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엔 앞뒤 안 가리고 찍어줄란다. 1천만을 국회, 아니 파이널 스코어로! 1천만 원은 17대 국회위원 선거와 관련해 지급된 포상금 가운데 최고 액수다. 더구나, 만약 이 제보자가 아직도(!) 계류 중인 개정 선거법이 통과, 발효된 이후에 신고를 했다면 포상금 액수가 역대 최고인 5천만 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한다. 한 건(?)만 제대로 하면 웬만한 샐러리맨 연봉이 빠진다. 더구나, 신고, 제보자는 선관위 직원이 포상금을 대리 수령해 본인 계좌에 입금하는 등 로또 당첨자에 못지않은 신분보호가 이뤄진다고 한다. 불법 금품, 향응제공을 제보하는 일이 번개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는 로또당첨보다 훨씬 확률이 높을 것은 너무도 분명한 일이다. 불법 금품, 향응제공을 제보하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다른 파라치 패밀리의 조직원들과는 달리 그들은 주변 사람들의 칭찬까지 받을 확률이 높다. 그런 제보는 다른 대부분의 ‘고자질’과는 달리 어디 가서 얘기해도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고자질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어찌 이렇게 말하지 않을쏜가? 높은 시민의식! 선진 주권의식! 하여, 파라치 패밀리는 곧 새로운 조직원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근데 이 사람들은 무슨 ‘파라치’라고 부르지?
미운 애들은 아무리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밉다. 짜증나서 일부러 딴 데를 보고 있어도 계속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깔짝대’고 신경 쓰이게 만들고 미운 짓만 하니까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사회의 다른 모든 분야는 살아남기 위해 빠르게 개혁되고 있는데, 오직 바뀌지 않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고, 혹시 누가 이제 좀 바꾸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면 도리어 화부터 내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고, 국민들이야 죽든 말든 제 밥그릇 부둥켜안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고, 다른 곳에서 개혁한다고 하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 잡고 밥상 엎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다. 우리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건, 그 사람들과 그 ‘판’이 개혁되지 않으면, 경제에서건 교육에서건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나이질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정말 아예 신경을 끄고 싶어도 끌 수가 없는 처지인 것이다. 왜 이렇게 심하게 얘기하는 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4500만 국민들이 다 알고, 내색은 안 해도 아마 자기 자신들도 알 것이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지난 2일엔, 그 사람들이 개혁하겠다고 만지기 시작해 결국 누더기로 만들어놓은 개정 선거법을 그나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처리를 다시 임시국회로 미루는 사태가 벌어졌다. 모 정당에서 자기네 현역의원의 지역구를 지키겠다고 본회의 폐정 20분전에 개정안을 제출하는 ‘생쑈’를 벌인 것이다. 정말 해도 너무 한다. 그렇게 후안무치한 사람들이 선거운동 하면서 금품, 향응 제공하지 말란 법 없다. 새 파라치 패밀리 조직원들이 우주평화를 위해 출동할 때다. 썩은 정치인들에게 조직의 쓴 맛을 보여줄 때다. 참, 새 조직원들의 이름은 그냥 ‘쓰파라치’로 하는 게 어떨까? 쓰레기 불법 투기를 신고하는 게 아니라 썩은 쓰레기들을 신고하는 쓰파라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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