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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Score - 2020
잠자던 용이 깨어나고 있다. 대륙이 요동치고 있다. 12억 인구의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유독 ‘중국’과 ‘2020’이라는 숫자와 함께 등장하는 뉴스가 많았다. 필자, 이번 주엔 독자들께 일찍 자수한다. 이번 주 파이널 스코어는 2020이다.
지난 2일, 중국 과학원 지속발전전력연구팀은 2020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는 2000년의 4배에 달하고, 도시화 비율은 55%가 되며, 정보화 수준이 세계 15위권이 되고, 평균 수명이 76세에 이르고, 평균 교육기간은 10년으로 늘어나며, 이른바 ‘3대 제로’(인구증가율, 자원/에너지 소모증가율, 생태환경 악화율)가 달성되어, 종합국력 세계 3위가 된다. 지난 7일, 중국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 과학연구소는 2020년쯤에는 결혼 적령기의 중국 남성이 여성보다 3~4천만명 많게 될 것이라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보고했다. 지난 10일,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IEEJ)는 2020년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현재보다 50%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는데, 그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중국의 경제성장, 자동차 보급 증가다.
문화권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겹치는 숫자는 행운의 숫자로 받아들여진다. 대부분의 노름, 도박에서 같은 숫자를 한꺼번에 쥐게 되는 상황은 항상 ‘족보’의 반열에 올라있다. 포커의 가장 기본이 ‘페어’라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겹치는 숫자를 통칭하는 고유명사가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 바로 ‘땡’이다. 그래서 우리는 뭔가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이 찾아오면 아름다운 우리말식 표현으로, ‘땡잡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땡’도 그냥 땡이 아니라, ‘20땡’을 말하고 있으니, 땅덩어리만큼 스케일 큰 건 알아줘야 한다. 우리는 고작 8땡이었다. 1988년... 우리에게도 한때는 그 ‘땡8년’을 바라보며 허리띠 졸라매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TV, 라디오, 신문 할 것 없이 목에 핏대를 올리며 떠들어대던 것이, 88올림픽 이후 한국의 장밋빛 청사진이었다. 국내총생산이 얼마가 되고, 어떤 부분이 세계 몇 위에 오르고 하는 얘기였다. 혹자는 ‘그래도 그때는 희망이 있어서 좋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자못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된다.
‘땡8년’을 바라보며 살던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든, 우리가 지금 과거에만 연연해할 때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중국 사람들이 무려 ‘20땡’의 청사진을 가지고 덤벼들고 있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은 벌써 우리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상대국이 되었고, 국제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으며, 중국이 세계의 원자재들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국제 원자재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 뿐이랴? ‘땡20년’에 중국의 남자들이 여자보다 3~4천만 명 더 많아지게 될 거라면, 한국남자들, 지금부터 여자들에게 까불지 말고 인기관리 들어가야 한다. 식량문제는 또 어떤가? 중국에선 3년마다 남한 인구만한 인구가 새로 태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 사람들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 당신들은 아는가? 한국 사람들이 ‘땡8년’ 바라보며 뒤도 안 돌아보고 헐레벌떡 달려오느라 잃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 지를. 스케일이 크고 ‘땡숫자’가 큰 만큼, 지불해야 할 대가도 크다. 부디, 12억을 골고루 살피며 천천히 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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