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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01 18:04:46 / Hit:2446  

'다함께'와 촛불집회(최정화 홈페이지에서 펌)

2008/06/01 

어제 오후 4시 반 촛불집회 참가해서 오늘 새벽 6시 반 쫌 넘어서 해산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말이라도 좀 하고 나면 잠이 올까 해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전경들 계속 물 뿌리면서 밀고 들어오는데 물대포 이름이 왜 물대포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밤새 쏘아대는 물대포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은 채로 덜덜 떨면서 동틀 때까지 떠나지 못하고 많은 시민 분들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애기 업고 유모차 끌고 함께 밤샘 했습니다. 새벽에는 대포알 쏘듯이 물 계속 쏘면서 탱크처럼 밀고 들어오는데 많은 사람이 모였음에도 당할 재간이 없었습니다. 집중해서 퍼부으면 물살에 몸이 앞으로 밀립니다.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도 살수차가 쏘는 물대포 한 번 맞으면 속옷까지 바로 다 젖습니다. 젖는 수준을 넘어서서 신발에 물이 스며드는 수준이 아니라 우물이 되어 있습니다. 양말 벗어서 짜면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사람 얼굴에 대고 몇 분간 퍼붓는 걸 보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고등학생이 실명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본 분은 아저씨였던 것 같은데 그렇게 당하고 연행되어 갔거든요. 기사에서 확인은 못했으나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진 않았을 겁니다. 앞에 있던 분들 갑자기 흰머리가 되어 뒤로 빠지셨습니다. 소화분말을 뿌렸습니다. 어린 학생이 입이랑 코랑 따갑다고 호소하고 이게 뭔지도 몰라 당황했는데 누군가 소화분말이라고 하더군요.
강제진압 처음 보는 건 아니었지만 일반시민들이 모인 시위에서 이런 대응이라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물대포로 밀어부칠 때는 내가 지금 탱크 나오는 게임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지경이었습니다.
집회에서 본 것이 이것뿐이었으면 집에 와서 빨리 씻고 침대에 쓰러졌을 겁니다. 이런 이야기는 당장 인터넷을 보시면 다들 아실 거고 굳이 제가 다시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고 계시니까요. 제가 지금 못자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전체 시위에서는 작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마음에 내내 걸렸던 일이 있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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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나 광우병 국민회의 대책본부의 네티즌 발언대에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다함께’ 문제가 크게 논란이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비판과 비난이 많은데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키면 내용은 대강 이러합니다.

A. 다함께는 쁘락찌다 (혹은, 앞에서 선동하다가 사람들 연행시키고 사라진다 등)
B. 다함께는 극좌파다 (혹은, 사람들을 속이고 세력 확장하려 한다 등)
C. 다함께는 빠져달라

물론 A와 B를 동시에 주장하시는 분들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A의 의견이 많았는데 국민대책회의를 이루는 단체 중 하나가 ‘다함께’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B로 의견이 이동한 듯 합니다. 하지만 A든 B든, 결론은 C입니다.
다함께는 반전 반자본주의 집단입니다. 넓게 보면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고 좁게 보면 국제사회주의자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극좌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느냐로 인해서 그들이 촛불시위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광우병 시위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이유는 사상과 성격과 계층과 성별과 나이가 달라도 이 문제에서만은 국민 모두가, 이견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촛불시위에 가면 무지개 깃발을 든 동성연애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의 성적 취향이 일반인과 다르다고 해서 ‘너네 싫으니까 시위 나오지 말아줄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시위가 있다면 저는 그런 시위에 참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시위가 있다면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과연 무언지 다시 묻고 싶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본 그분들이 그리고 그 글들이 프락치나 알바짓이라고 생각하고 신경 안 쓰려고도 해보았지만 너무 속상하네요.
저는 다함께 회원이 아니지만 촛불 시위에 가면 다함께 깃발 아래 있습니다. 그들이 주최하는 강연회나 토론회에서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했고,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부분들 또한 존재하기에 가입하여 회원으로 활동하진 않습니다. 다만 다함께의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의 하나입니다.

어제 일입니다.
마로니에에서 시청까지 가두시위를 하고 문화제를 보러 자리를 잡았을 때 어떤 다함께 회원 여자 분이 막 울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떤 단체에서 시위 유인물을 나눠주시는데 반은 이명박, 반은 다함께에 대한 글이었고 글의 내용에 대해 항의하자 그 분이 다함께 회원인지 확인을 거친 후에 ‘다함께와는 얘기 안한다’고 하시고 계속 유인물을 배포하셨다고 합니다. 옆에 계신 분은 무서워서 인터넷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씁쓸한 마음이 반이었고 이들을 똑똑하게 지지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반이었습니다.
사실 전 어제 자정되면 막차타고 인천에 오려고 했는데, 집에 가려고 빠져 나왔다가 전경들 소수가 잠깐 옆으로 치고 들어오는 거 저지하다가 ‘에라 모르겠다’고 하고 다시 대열로 들어가기 전이었습니다.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분들 대여섯명이 갑자기 “다함께가 지금 빠져요. 그 사람들 선동에 따라가면 안되요.” 어쩌구 외치는 겁니다. 도로 건너편에 있다가 건너가서 ‘다함께는 지금 저기 물대포 맞고 대열에서 싸우고 있다, 깃발이 보이는데 무슨 소리인가. 지금 빠진 대열은 다른 단체 깃발인 걸 내가 봤다’고 알려줬고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큰소리로 ‘모르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자분이 제게 ㅈㄹ이라는 욕을 하시면서 다함께(저의 소속에 대해 묻지도 않고 다함께로 단정지으시더군요)가 자기를 협박했다고 하는 거였습니다. 전 칠 생각도 없는데 ‘칠라면 쳐라’고도 하시더군요. 다시는 다함께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않기로 약속받고 거기서 나왔습니다.
다시 대열에 합류해서 물벼락 맞고 있는데 한 시민 분이 오시더니 ‘깃발을 내리라’라고 말씀하셨고 왜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다함께는 깃발을 들어선 안된다고 했다네요. (물론 그 분들이 시위에 참여하신 다수의 의견을 대표하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그러냐고 물으니 ‘모두들’이라고 하시고 결국은 그냥 가셨습니다. 한참 있다 갑자기 옆 대열에 있는 애인이랑 같이 오신 남자분께서 다시 다함께에게 여기서 빠지라고 요구하셨습니다. 당연히 빠질 이유가 없었고, 흥분하신 한 회원분과 남자분이 몇 차례 말싸움이 오가다가 수그러들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남은 사람들을 두고 새벽에 빠져나오는데 갑자기 살수차가 움직이며 시민들을 무섭게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깃발을 찾기가 힘들어서 아무데나 끼어들어서 스크럼을 짰습니다. 그런데 뒤에 계신 분이 멀리 있는 다함께 깃발을 보면서 깃발을 못들게 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뒤돌아서 저기 저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왜냐고 물으니 그들은 ‘싸우기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깃발 디자인도 좀 이상하다면서요. 멀리서 물에 흠뻑 젖은 다함께 깃발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국민대책회의 게시판에 어떤 분이 다함께 회원분들 얼굴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놓으셨더라구요. 보면 죽이겠다는 둥, 국정원에 넘기겠다는 둥의 협박과 함께요. 삭제를 요청하는 덧글을 달았고...얼굴사진을 올리면 삭제한다는 사무국의 글을 확인했으며 현재는 삭제되었습니다. 그리고 아고라에서는 ‘물대포 강하게 쏠 때 다함께는 없었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힘이 빠졌습니다. 거기다 덧글 달았지만 하나 달고 이어서 다는 그 사이에 벌서 백 개 넘는 덧글이 달려서 묻혀버렸습니다.

제가 여기에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광장에서 올렸을 때는 말이 묻혀버리거나 다함께에 대한 더 큰 반발을 가져오는 덧글들만 양산할 뿐이라는 무력감 때문입니다. 아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혹시 주변에 다함께에 대해서, 그들이 깃발을 들 자격이 없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리고 제 의견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들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극좌파에게도 광우병 소고기를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국민들과 함께 이명박 탄핵을 외칠 권리가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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