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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스코어 - 95
‘3S정책’이라는 말이 있다. 통치를 쉽게 하기 위해 국민들의 관심을 정치가 아닌 곳으로 돌리는 ‘우민화정책’을 가리키는 말이다. 3S가 지칭하는 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데, 고대로마제국에 대해 말할 때는 일광욕(Sun)이 들어가고, 미국 서부해안이나 플로리다를 말할 때는 서핑(Surfing)이 들어가는 식이다. 최근에는 섹스(Sex), 증권(Stock), 스타크래프트(Starcraft)를 꼽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꼽히는 것들은 역시 섹스(Sex), 영화(Screen), 스포츠(Sports)다. 이것들은 모두 자극적이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몰입과 열광, 감정이입과 중독성을 고려할 때 스포츠가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
3S정책은 주로 도덕적 정당성이 취약한 정권들이 즐겨 썼는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들의 결혼식에 축의금도 일절 받지 못하게 할 만큼 청렴결백해서 지금은 은행예금 30여만 원을 빼면 무일푼이고, 지금은 경찰들의 도움 없이는 배드민턴도 칠 수 없을 만큼 쇠약해져서 온 국민의 연민의 대상이 되어 있지만, 군사쿠데타로 집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전두환씨가 대통령이던 82년에 프로야구가 생겨났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학창시절, 필자는 당시 대부분의 대학생들처럼 정권을 탐탁치 않게 보고 있었지만, 필자의 정치적 일관성을 해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었다. 누가 보아도 3S정책의 일환이었는데도 채널을 돌리다 프로야구중계가 잡히면 넋을 잃고 바라봤다. 심지어 집회에 참석해 있으면서도, 유난히 뜸 들이며 발표를 미루고 있는 이번 주 세븐데이즈 파이널 스코어를 독자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는 만큼, 좋아하는 팀의 그날 파이널 스코어가 궁금했다. 3S정책이 정말 효과적이긴 한 건가 보다.
95가 이번 주 세븐데이즈의 파이널 스코어다. 4월 7일(한국시간) 박찬호가 복귀전에서 던진 공의 개수다. 비록 팀은 3대 1로 졌지만 박찬호의 투구는 빛나는 역투였다. 8회 투아웃까지 던지는 동안 삼진도 8개나 잡았다. 그의 역투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깊은 좌절과 절망을 이겨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거액의 몸값을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하면서부터 부상과 슬럼프로 인한 부진에 시달렸다. 어제까지 영웅으로 떠받들던 팬들과 언론들은 박찬호를 메이저리그 최악의 ‘연봉대비 팀공헌도선수’로 지목, 마음껏 폄하하고 조롱했다. 일부 우리나라 언론들까지 거기에 가세했다. 성급한 전문가들은 선수생명이 끝났다고까지 말했다. 박찬호가 이국땅에서 겪었을 좌절과 절망, 맘고생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사실 개인적으로 보면 박찬호는 그때 스스로를 포기해도 상관없었다. 그는 이미 스포츠재벌이었고 어떤 한국출신 야구선수보다 더 많은 영광을 이미 누렸다. 하지만 박찬호는 돌아왔다. 한국인 특유의 불굴의 의지와 피나는 노력으로 다시 일어섰다. 복귀전에서 던진 95개의 공 하나하나에는 그의 피와 눈물과 땀이 배어있었다.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400만 신용불량자와 100만 실업자, 그 중의 50만 청년실업자분들께는 꿈을 잃지 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분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하지만 그분들께 다음의 이 말만은 꼭 드리고 싶다. 필자가 이번 주 파이널 스코어에서 박찬호 얘기를 한 이유는 그를 영웅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바로, 400만 신용불량자와 100만 실업자, 그 중의 50만 청년실업자 여러분들께서 불굴의 의지와 피나는 노력으로 모든 좌절과 절망을 이겨내고 일어서 박찬호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찬란한 에이스로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돌아올 여러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미리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4월 15일, 이번 주 목요일이 총선이다. 유권자 여러분들은 모두 ‘대한민국 국회’라는 프로구단의 구단주다. 박찬호처럼 나중에라도 제 몫을 할 선수들만 남기고 밥값 못하는 선수들은 모조리 방출해야 한다. 유망주는 가능한 한 많이 데려와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4년 동안 연전연패하는 꼴을 봐야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구단주는 등산이나 나들이를 가더라도 선수선발 드래프트를 마치고 간다. 누가 스포츠를 3S의 하나라고 했는가? 우리나라 국민들은 스포츠를 보면서도 삶과 정치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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