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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스코어 - O.O (민주노동당 지지율)
주사위는 던져졌고 뚜껑은 열렸다. 지난 15일 치러진 제 17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결과가 드러났다. 의석수로 보면, 열린우리당 O, 한나라당 O, 민주노동당 O, 민주당 O, 자민련 O, 기타 정당 및 무소속 O석이다. 정당 지지율로 보면 열린우리당 O%, 한나라당 O%, 민주노동당 O%, 민주당 O%, 자민련 O%, 기타 정당 및 무소속 O%다.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간략히 총평하자면, 열린우리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수이상을 차지해 이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고, 한나라당은 탄핵역풍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비교적 무난히 수습했고, 민주당과 자민련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민주노동당의 역사적인 원내진출이다.
이전까지 진보정당이 원내에 들어온 것은 4·19 혁명 직후의 선거에서 사회대중당, 한국사회당, 사회혁신당, 통일사회당 등이 모두 합쳐 7석을 차지한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이 정당들은 이듬해 5·16 쿠데타로 소멸됐다. 따라서 이번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진보정당으로서 44년 만의 일이다. 그것도 의석수 O석, 지지율 O%를 얻으며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인정받으며 등장했으니, 사건은 사건이다. 이제 민주노동당이 ‘제2야당’인 것이다. 정당들에게는 의석수가 더 중요하겠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더 의미 있는 것은 지지율이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한 정당이 x %의 지지율을 얻었다는 것은, 전체 국민들 중 x %의 국민들이 그 정당과 그 정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 파이널 스코어는 민주노동당의 지지율 퍼센티지, O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많은 사람들이 동화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치적인 우화에 가깝다. 기형적인 신체구조의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의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함으로써, 등장인물들로 비유된 원래의 대상, 즉 당시 영국의 정치인들이 얼마나 ‘또라이들’인가를 폭로한 것이다. 유명한 소인국 이야기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걸리버가 여행하게 된 세계에서 릴리푸트와 블러훼스크라는 두 소인국은 전쟁 중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가관이다. 달걀의 뾰족한 부분을 깨서 먹느냐, 뭉툭한 부분을 깨서 먹느냐의 문제로 싸우는 것이다. 사실, 어느 쪽으로 깨먹든 달걀 속에 비아그라 성분이 함유되는 것도 아니고, 마약성분이 함유되는 것도 아닌데, 그 사소한 차이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죽이는 전쟁을 벌인다.
아주 어렸을 적 <걸리버 여행기>를 읽은 필자는 DHA결핍으로 두뇌발육이 부진했는지, 달걀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어린 필자가 내린 결론은 엉뚱하게도 ‘삶아 먹는다’였다. 아마도 그런 어려운 선택의 문제는 필자의 할아버지처럼 달걀 한쪽에 구멍을 내고 날달걀을 빨아먹을 때 나타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요즘 필자가 이 칼럼 때문에 고민이 많다. 칼럼을 쓰면서 필자의 어두웠던(?) 과거와 씻을 수 없는 만행들(?)이 속속 드러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조나단 스위프트가 달걀전쟁을 통해 직접 풍자하고자 한 것은 당시의 종교적 신념과 종교전쟁이었다고 하는데, 크게 보아 ‘편견’과 ‘차이’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듯하다. 달걀전쟁을 봐도 그렇듯이, 모든 편견은 차이에서 출발한다. 누구든 조금만 마음을 열고 보면,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큰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44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진보정당이 아닌가? 하지만 그 낯설음과 ‘차이’를 너무 크게 보지 않아야 거시적인 정치발전이 가능하다. ‘친북좌파’라고, ‘사고 칠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럼 우리나라 국민의 O%가 ‘친북좌파’고, ‘사고 칠 사람들’인가? 기존 정당들과 민주노동당은 편견을 버리고 서로에게서 배워야 한다. 기존 정당들은 민주노동당을 경쟁 상대이자 파트너로 인정하고 자신들의 무능의 대안이 된 까닭을 배워야 하며, 민주노동당은 기존 정당들에게서, 부족한 ‘실전경험’을 배워야 한다. 국민들도 이제 이 새로운 원내정당에 애정을 가지고 잘 한 일은 칭찬해주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야단칠 준비를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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