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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스코어 - 3, 13, 17
인간은 짐승과 ‘습자지 한 장’ 차이여서 조금만 정신을 못 차리면 쉽게 짐승이 된다. 이라크에서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젊은 군인들이 발가벗긴 사람을 개처럼 줄에 매서 질질 끌고 다니고, 사람에게 전기고문, 성고문을 하고, 온갖 방법으로 공포심을 조장하고, 공공연히 성적인 치욕을 주고, 오줌을 갈기고, 사람을 가지고 ‘탑 쌓기’를 하며 놀고, 그 옆에서 낄낄대며 포즈를 취한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연이어 폭로된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사진들은, 피해자들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견딜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모욕감과 수치심을 안겨주었고, 전체 인간의 레벨을 한두 단계쯤 추락시켰다. 아무래도 짐승들에게 사과해야할 것 같다. 그들은 짐승이 아니라 악마다.
사건의 증거가 워낙 명백하고 방대하며, 목격자, 피해자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포로학대가 정보기관의 주도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으며 상당부분 묵인되어왔다는 것이 명백하다. 가히 금세기 최악의 인권스캔들이라 할 만하다. 미국이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 대한 무차별 사격’으로 무고한 민간인 수천 명을 학살한 팔루자에서 슬그머니 병력을 철수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아랍권 TV에 출연해서도 사과 한 마디 안 하더니,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나라들로부터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지자, 현지시간으로 지난 5월 6일, 뒤늦게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그것도 미국을 방문한 요르단 국왕과의 공동기자회견의 형식을 빌어, 뻔뻔스럽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한 것이어서, 정말 미안하고 유감스러운 마음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기자회견의 압권은, “이라크인들은 민주주의 사회라고 해도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고 실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훈계조의 '민주주의 강연'이었다. 자고로, 사과와 유감표명은 911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 자신이 미국 국민들에게 했던 것처럼, 낮고 침통한 목소리로 둘러대지 않고 하는 것이다. 맘 같아선, 줄줄이 낙선하고 지금은 이태백, 사오정이 되어있는 탄핵주도 국회의원들을 미국에 꿔주고 싶다.
다른 나라에 시비를 걸 때마다 인권을 들먹이던 미국은 이번 사건에도 같은 잣대를 사용해야한다. 이번 만행은 명백한 제네바협정 위반이다. 정확히 말하면 제네바협정 중, 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3협정 3조, 13조, 17조 위반이다. 그래서 이번 주 파이널 스코어는 3, 13, 17이다. ▲3조 - 무기를 버린 전투원 및 질병, 부상, 억류, 기타 사유로 전투력을 상실한 자를 포함하여 적대 행위에 능동적으로 참가하지 아니하는 자는 모든 경우에 있어서 인종, 색, 종교 또는 신앙, 성별, 문벌이나 빈부 또는 기타의 유사한 기준에 근거한 불리한 차별 없이 인도적으로 대우받아야 한다. ▲13조 - 억류 하에 있는 포로를 사망케 하거나 그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여하한 억류국의 불법한 작위 또는 부작위도 금지되어야 하며, 이는 또한 본 협약의 중대한 위반으로 간주된다. 또한 포로는 특히 폭행, 협박, 모욕 및 대중의 호기심으로부터 항상 보호되어야 한다. ▲17조 - 종류의 여하를 불문하고 정보를 그들로부터 입수하기 위해 포로에 대하여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문이나 기타 모든 형태의 강제를 가하지 못한다. 답변을 거부하는 포로에 대하여 협박이나 모욕을 가하거나 또는 모든 형태의 불쾌하거나 불리한 대우를 하지 못한다.
UN과 국제사회는 힘을 모아 이번 사태까지 몰고 온 미국의 전횡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UN은 포로학대 뿐 아니라, 팔루자 민간인 학살까지를 포함한 모든 전쟁범죄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해야하며, 사진 속의 버르장머리 없는 군인 녀석들을 포함한 모든 범죄자들을 미국군법회의가 아니라 국제전범재판에 회부해야한다. 책임자인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즉각 해임되어야 한다. 미국은 약속한대로 6월 30일 이라크 민간정부에 주권을 이양해야하고, 미군은 UN의 평화유지군으로 대체되어야한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 정부도 이라크파병을 재고해야한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너희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마태복음 7:12) 미국 지도자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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