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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스코어 - 11.59
지난 달 말부터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답답한 일이나 짜증나는 인간들은 피해 다니는 ‘생활의 지혜’가 필요하다. 자칫 감정이 폭발해버리면 뒷감당이 더 골치 아프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그렇게 간단한가? 먹고살려다 보면 이런 날씨에도 답답한 일, 짜증나는 인간들과 무수히 마주해야 하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며칠째 바람 한 점 없이 햇볕만 쨍쨍 내리쬐는 날씨가 이어지자 찾아온 불청객이 있다. 전국 대도시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공해물질만큼 오존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존에 산소 원자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가? 오존은 차량이나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대기 중의 산소가 강한 자외선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며, 호흡기 장애, 암 등을 일으키는 나름대로 심각한 공해물질이다. 오존주의보가 며칠째 발령되고 있는데도 정부도, 언론도, 국민들도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아, 어쩌면 필자가 미련해서 아직 모르고 있는 ‘생활의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오존주의보가 내려져도 학교에, 할인마트에, 직장에 가야하고, 오며 가며 오존이 ‘듬뿍’(?) 들어있는 공기를 벌컥벌컥 들이마셔야 하는 슬픈 현실에서, 오존주의보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주는 게 정신건강에라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오존 정도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준비된, 좀 더 ‘쎈’ 소식도 있다. ‘이타이이타이병’은 어떤가? 지난 6월 3일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수질환경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고성군 삼산면 병산마을의 옛 구리광산 부근에 사는 주민 7명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혈중 카드뮴 농도를 조사한 결과, 6명이 2.51∼6.64ppb(10억분의1)로 측정돼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공단의 작업환경 기준’을 적용, 일반인 함유 기준치인 2ppb 이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의 소변에서도 카드뮴 농도가 3.8∼11.59ppb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뼈마디가 쑤시고 요통과 관절통을 심하게 호소하고 있으며, 이들 뿐 아니라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상당수가 뼈와 관련된 질환으로 인해 유모차 등 보조기구에 의지해 보행하는 등 거동이 불편한 상태라고 한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일부는 가족 단위로 허리 수술을 받거나 뼈가 자주 부러지고 외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에게도 이 같은 증세가 보였다는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책에서만 보아왔던,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이타이이타이병’의 전형적인 증세다. 이번 주 파이널 스코어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높게 나온 카드뮴 농도 11.59다. 단위는 ppb. 당사자에게 한없는 죄스러움을 느끼면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하기 위해 부득이 가장 높은 수치를 선택했다.
이런, 앞서 말한 ‘생활의 지혜’의 항목을 필자 스스로 어기고 말았다. 이런 날씨엔 답답한 일은 입에 올리지도 말아야 하는 건데. 에잇, 모르겠다. 이왕 버린 몸, 실컷 화나 내자. 이번 이타이이타이병 사태로 난리가 났다. 언론들은 뉴스거리가 생겨서 신이 났고, 정부는 뒤늦게 ‘바쁜 척’하느라고 오랜만에 신발 털고 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시민단체를 통해서야 밝혀진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정부야, 폐광된 지 4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넌 뭐 했니? 그렇게 ‘심하게’(?) 경제개발 했는데 집단공해병이 없다는 게 어째 이상했어. 너, 일부러 조사 안 한거지? 전국에 폐광이 수백 갠데 그거 다 저런 식이지? 숨겨진 이타이이타이병, 미나마타병 환자들 다 어떡할래? 그리고 어떻게 아직까지 중금속 허용 기준치도 만들어놓지 않아서 이런 발표를 해도 ‘쪽팔리게’ 산업안전공단 기준 같은 허접한 기준을 사용해야 하니? 지금 와서 역학조사를 하고 폐광산 공해방지사업을 착공한다고? 그냥... 가라, 폐광산! 들어가서 나오지 마라. 언론, 니들 지금 신나서 입방아 찧고 있는데, 니들은 도대체 하는 일이 뭐니? 자전거 돌리고 연예인 꽁무니 따라다니는 거 말고는 하는 일이 없니? 너도 가라, 폐광산! 니들 옛날부터 ‘친구’였으니까 거기 같이 들어가서 나오지 말고 침출수로 폭탄주나 만들어 ‘원샷 파도타기’나 해라. 침출수에 얼큰히 취하면, 정부, 너는 목에 핏대 세우면서 ‘마이 웨이’나 부르고, 언론, 너는 ‘북치기박치기’로 박자나 맞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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