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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에 유밀레 관련 글을 퍼왔던 '브레이크뉴스'에 유밀레에 관한 다른 글이 실려서, 다시 퍼왔습니다.
일종의 '애프터서비스'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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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밀레신드롬, 신화인가 자본의 사기극인가?
- ‘브레이크뉴스(http://breaknews.com/)’에서 펌.
변희재
10년만에 부활하는 신세대 담론, 검증되지 않은 인물 한겨레와 KBS조차 과대광고
유밀레는 언론과 자본이 만들어낸 상품, 성공신드롬으로 사회적 맥락 왜곡하면 안돼
그 많던 신세대, 다 어디로 갔나
"신세대를 겨냥한 광고 카피는 한결같이 '나''를 강조한다. "나만의 세계" "나는 누구와 닮았다는 말은 듣기 싫다" "원만한 것, 나는 싫어!" "내가 나인 이유" "이 세상에 단 하나. 나는 내가 만든다"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돈다" "난 이 세상의 중심" "난 바로 이 세상" "나를 알 수 있는 건 오직 나!"
그래 장하다! 그렇게 잘난 나! 그건 오로지 '나'를 부르짖는 상품을 살 때에만 성립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별난 '나'라면 남들 다 가는 대학엔 왜 가냐? 그렇게 별난 '나'라면 남들 다 타는 자가용 차는 왜 타냐? 그렇게 별난 '나'라면 남들 다 좋아하는 여자 또는 남자는 왜 좋아하냐?"
1995년도 전북대 신방과의 강준만 교수는 그의 책 <고독한 대중>에서 이렇게 신세대론의 허구성을 비판했다.
80년대에 운동권이 있었고, 90년대에 신세대가 있었다. 1994년도에는 수백 만 명의 신세대들이 그렇게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 그들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개성이 강하고, 주체성도 강하고, 좋아하는 것은 좋다고 말하고, 싫어하는 것은 싫다고 말하는 인종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그 안에는 어떠한 계급적 구분도 없었다. 공장에서 신나게 일하는 사람은 "내가 좋아서 한다"며 신세대가 되었고, 압구정 오렌지들도 "내가 좋아서 돈 쓴다"라며 신세대가 되었다. 그렇게 거대한 세대 그룹이 90년대를 유령처럼 떠돌았고, 그 유령들은 언론 매체 곳곳에 나타났다. 2004년 대한민국에 그 신세대들은 이제 서른이 되었다. 그 많은 신세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만약 당시 신세대론에 진실이 있었다면 2004년의 대한민국은 그토록 주체성 강한 서른살의 젊은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이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청년실업이라는 무게에 시달리고, 조기명퇴의 불안감이 떨고 있다. 20대 초반 엄마 아빠에게 돈 받아쓸 때에는 주체성있는 '나'였지만, 스스로 존재해야하는 상황이 닥치면,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수구적인 의식으로 퇴행된다. 실제로 여러 가지 조사에서 젊은이들의 의식이 점점 더 보수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는 곧 한국사회에 미래가 없다는 말이다. 오직 개인의 생계와 출세를 위한 약육강식의 미국식 사회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명백한 증거이다.
10년만에 돌아온 신세대 사기극
이런 2004년에 또 다시 신세대론의 악령이 대중문화판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유밀레라는 26살의 패션사업가이자, 연예인이자, 가수이자, 광고모델이자, 리포터이자, 연극배우란다. 미국의 패션브랜드를 직수입하여 코엑스몰에 유밀레공화국이라는 패션몰을 만들고, 미국현지에서 1300억 투자를 유치했다는 신화적인 인물로 전 매스컴에서 보도하고 있다.
그는 직접적으로 '신인류'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남들이 다 가고 싶다는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때려치우고, 직접 미국에서 가서 사업을 꾸렸다는 점은 마치 정규교육을 그만둔 서태지를 연상케 한다. '하고 싶은 것은 한다'라는 10년 전의 신세대들의 캐치프레이즈도 똑같이 들고 나왔다.
이미 <브레이크뉴스>에서는 유밀레 신화가 사실상 기획사와 언론의 '과장, 과대광고'에 가깝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그가 수입했다는 램페이지와 스티브 매든이라는 브랜드는 미국에서도 고급브랜드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국내에서도 판매가 신통치 않아 중단했으며, 그의 코엑스몰 내 유밀레 공화국은 판매실적이 극히 저조하고, 방송에서조차 크게 홍보했던 1300억 투자 유치도 아직 논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유밀레 하나의 '성공신화'가 아니다. 1994년에 전 국토를 강타했던 신세대 사기극에 비하면 '유밀레 신드롬'은 세발의 피나 다름없다. 우리가 따져봐야할 것은 이러한 세대 사기극을 되풀이하는 이데올로기적 공세이다.
한 사회의 개혁은 깨우려는 자와 잠재우려는 자들 간의 투쟁의 연속이다.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국민들의 의식을 깨워, 자기 혼자만 잘사는 사회, 남을 밟으면서 커나가는 사회를, 조금이나마 다 함께 어울려서 잘사는 사회, 힘없고 약한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사회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반면 개혁을 저지하려는 세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개인 혼자 잘사는 사회, 못사는 사람은 무능한 인간임을 자학하는 사회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우리 사회는 노무현 정권 이후 급속히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로 굳혀져가고 있기 때문에 깨우려는 자의 힘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떨어지는 힘은 누가 보충해줘야할까?
바로 새로운 세대이다. 기성세대는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으면서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야"라며 체념한다. 그리고 보다 영악해져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기 위해 체제순응적 인간으로 변모한다. 이는 통속적 인간의 삶을 생각해볼 때 욕할 일도 아니고 비난할 일도 아니다. 그 자체가 우리의 삶이란 말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마저 이에 길들이려는 음모는 이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마저 지배하려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신세대 사기극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10년 전의 신세대론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 안에 계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압구정동의 오렌지도 신세대이고, 중소기업 노동자도 신세대였다. 계급의식을 모호하게 만들고 세대로 환원시켜, 사실 상 사회구조를 보지 못하고 오직 개인의 문제로만 눈을 좁히는 착시현상을 만들어내었다.
정치권에서 선거 때만 되면 튀어나오는 세대교체론도 마찬가지이다. 세대교체의 근간 콘텐츠는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누가 권력을 잡으냐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세대교체일 뿐이다. 그래서 늘 정치권은 맛배기로 젊은 정치인 한두 명을 첨가한다. 이미 몸과 마음이 기성세대와 똑같이 타락한 무늬만 젊은 신인을 집어넣어서, 마치 세대를 교체하는 것처럼 위장한다. 민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아무런 정치적 비전과 철학도 제시한 적이 없는 젊은 얼짱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전략도 똑같은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사회 영역에서의 세대교체 혹은 신세대도 마찬가지이다. 유밀레에 관한 모든 기사를 살펴보라. 그녀의 성공담에는 사회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서울대를 때려쳤을 때, 도대체 서울대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가 어린 나이에 창업을 했을 때, 한국 사회에서 경험없는 여성 창업하는데 어떤 구조적인 고통이 따르는지, 이에 대한 논의가 하나도 없다. 오직 그 혼자서 서울대를 때려치고 사업에 성공하고, 섹스담론을 즐겨 쓰는 엔터테이너로서,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한겨레는 자본의 사기극을 파헤쳐야 한다
유밀레의 1300억 투자 유치 성공담을 크게 다룬 KBS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너무 대단합니다"라는 투의 답글이 무수히 올라왔다. 유밀레라는 존재는 삶에 지친 시청자들로 하여금 환상을 갖도록 한다. "나도 저래봤으면" 이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들은 유밀레와 하나의 동질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 속에서 헤매는 것이다. 과연 이런 것이 우연일까? 신세대 사기극이 우연으로 퍼진 것이 아니듯 유밀레 성공담도 절대 우연이 아니다. 철저히 언론과 자본이 만들어낸 상품이다.
1300억을 투자받았으니 어쩌니 하면서 그는 방송 진행을 맡고, 곧 책을 출판하며,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이 아닌 국내시장 돈벌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 돈은 유밀레 혼자만 버는 것이 아니다. 유밀레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투자자본이 함께 번다. 여기서 그의 활동이 사회적으로 어떤 긍정적 기여를 하는지는 처음부터 논의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사회는 질문한다.
"유밀레 같은 애들도 있는데 너희들은 그 나이 되는 동안 뭐 했냐?"
그런 사회의 질문에 사람들은 기죽어 대답조차 하지 못한다.
"내가 병신이다"
심지어 <브레이크뉴스>의 기사가 나간 뒤, 한겨레신문조차 이러한 사회의 속성에 빠져들어 검증없이 유밀레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유밀레와의 인터뷰는 순전히 기자의‘개인적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나이도 어린 애가 시집은 어떻게 가려고 섹스칼럼을 써?
많은 사람이 갖고 싶어 안달하는 서울대 간판을 버렸다?
1300억대의 외자유치를 성사시켰다구? 얼마나 똑똑한 여자일까?"
최소한 한겨레라면 '유밀레 신드롬' 이면에 있는 미디어와 자본의 메카니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도 어린 애가 시집은 어떻게 가려고 섹스칼럼을 써? 요즘 애들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건 다른 뜻이 아니다. 돈 주면 뭐든지 한다는 거다. 돈이 되면 몸이라도 파는데 섹스칼럼을 왜 못 쓰겠나? 서울대 간판을 버렸다? 그룹 UN의 김정훈은 서울대 치대 졸업을 왜 포기했겠는가? 봉건사회에서 신자유주의 사회로 넘어가는 한국사회에서 돈이 되면 서울대 간판 정도는 능히 버릴 수 있는 사람은 많다. 어차피 서울대 출신이라고 취업이 보장되는 시기는 지났다.
사회 흐름으로 볼 때 이는 어떠한 가치가 있는 일도 아니다. 1300억 외자유치? 벤처기업들이 이런 수법으로 국내자본 끌어들이는 것 어디 한두 번 봤나? 최소한 연예 기획자들이 뒤에 붙어있다면 유밀레가 개인기 하나로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간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한겨레 기사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면서도 일과 성공에 대해서는 “본인의 소질과 목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이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분명하고 당당한 어조로 말하는 유밀레. 그가 펼칠 일과 사랑, 원대한 사업의 꿈이 어떤 형태로 표현될지 궁금하다."
드디어 유밀레가 전도사가 되었다. 유밀레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플레이 말고는 어떠한 실적도 없고, 어떠한 검증도 되지 않은 사람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어도 되는 걸까? 저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주고, 사회를 보는 눈을 흐리게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까?
유밀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가 일을 하는 모습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오직 춤추며 노래하며 노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 심지어 회의 도중에도 친구의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으며 노는 모습을 브라운관에 그대로 잡아준다. TV는 왜 자꾸 이런 조작된 모습을 보여주려 할까? 회사에서 지치고 찌든 자신의 모습과 한바탕 놀아대는 유밀레의 모습을 비교하며 자학하게 만들고, 환상을 갖도록 하는 의도가 아닐까?
지금의 젊은 세대, 자유로운 세대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크게 잘못되었다. 신세대론 이후 이미 10년간 왜곡되었기 때문에 어떻게 손을 써서 바로잡아야할지도 모를 정도이다. 다수의 젊은 세대들은 사회의 무게에 눌려, 점점 더 왜소해지는데, 언론은 있지도 않은 환상 한두 개를 가져와 마치 젊은 세대들이 크게 변하고 있는 듯 선전 선동을 일삼는다.
진짜 신세대 혹은 세대교체는 그런 게 아니다. 다수의 기성세대에 이질적인 존재로서 각인되는 방식이 아니다. 진짜 신세대는 다수의 기성세대를 억압하는 극소수의 기득권세력과 싸워야 한다. 다수의 기성세대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의식, 그리고 싸움방법을 터득해, 그들을 대신해서, 혹은 그들과 함께 싸워주어야 한다. 그래서 역시 똑같이 억압받고 있는 젊은 세대와 그들을 하나의 공감대로 연결시켜주어야 한다. 언론은 바로 이런 젊은 세대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자본과 결탁되어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사이비 신세대의 악령을 또 다시 불러내는 한심한 작태에 한겨레마저 동참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이없는 일이다. 진짜 한겨레라면 신세대 상품을 끊임없이 제조해내는 어둠의 세력들의 음모를 파헤쳐줘야 하는 게 아닐까? 10년 전에 한번 당했으면 그것으로 족해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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